7천억 규모의 의료 질 평가 개선 움직임과 무관하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수가 가산 격차는 내년에도 바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에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2019년 의료 질 평가 현황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진료 축소 보상방안으로 출발한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은 선택진료 단계적 폐지에 따라 1000억원에서 5000억원, 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의료 질 평가 지원금는 환자안전과 공공성, 의료전달체계, 교육수련, 연구개발 등 영역별 평가지표를 통해 상대평가로 1~5등급을 매겨 외래와 입원 환자 수에 가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수가 가산 격차.
일례로 2등급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외래는 4350원, 입원은 1만 3040원인데 반해 종합병원 외래는 2070원, 입원은 7450원 등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진료량에 따른 수가 가산 방식을 취하다보니, 동일 등급을 받더라도 외래와 입원 환자가 몰리는 상급종합병원과 상대적으로 저조한 종합병원의 실제 지원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감기 환자와 암 환자 동일한 수가 가산.
고난도와 중증 질환에 치중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감기 등 경증질환과 암 등 중증질환 외래 환자 1명당 수가 가산이 동일하다는 의미다.
상급종합병원 전문질병질환군 비중만 맞추면 경증이든 중증이든 외래 환자만 많이 보면 저절로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이 늘어나는 요술방망이인 셈이다.
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수가가산 절대 값을 손대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제도 자체가 상급종합병원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에서 일부 평가지표만 변경하는 땜질식에 그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과(과장 정경실)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이 진료량 중심의 의료 질 평가 방식을 지적했다. 하지만 선택진료 보상방안으로 출발해 상급종합병원에 치중한 수가 가산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걸맞은 평가지표를 준비하고 있다.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감안할 때 중증질환 외래에만 수가 가산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면서 "종합병원 입장에서 불리한 신생아 중환자실 등의 평가지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오는 8월 중 상급종합병원 42개소와 종합병원 290개소, 전문병원(종합병원) 16개소 등 340여개소의 의료 질 평가 등급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오는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의료 질 평가 등급에 따른 외래와 입원 수가 가산을 받게 된다.
수도권 종합병원 병원장은 "의료 질 평가 수가 가산 절대 값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들의 의료 질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의료전달체계가 없는 현실에서 의료 질 평가 지원금이 상급종합병원의 환자쏠림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