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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환자 혈압변동성 관리가 뇌졸중 예방 좌우

원종혁
발행날짜: 2019-04-11 06:00:45

국내 의료진 사후분석 첫 발표, 뇌졸중 1·2차 예방 주효
권순억 교수 "암로디핀이 아테놀롤에 비해 변동성 적어"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변동성'이 뇌졸중 예방에 주요 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혈압 변화가 큰 환자에게서 뇌졸중 발생률이나 재발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인과관계가 하나 둘 확보되는 상황인 것.

더욱이 고혈압 치료제마다도 반감기나 지속시간이 달라 혈압 변동성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뇌졸중 예방효과를 고려한 처방 선택지 변화도 주목된다.

혈압 변동성과 심뇌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은 최근들어 확고한 임상적 근거들을 쌓아가고 있다.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와 달리 측정시마다 널뛰는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혈압 변동성(Blood pressure Variability)'이란 개념이 대두됐고, 이러한 혈압 변동성이 심한 환자들에서는 뇌졸중 및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학계 전문가들은 혈압 변화가 심한 고혈압 환자들에선 뇌졸중 재발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를 내린다.

올해 1월 미국심장협회 학회지(JAHA)에 게재된 대규모 ASCOT-BPLA 연구와 ALLHAT 임상의 첫 사후분석 결과도 혈압 변동성과 뇌졸중 재발에 관련성을 주목했다.

뇌졸중 병력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결과지에서, 혈압 변동성이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 재발에 유의하게 영향을 보였다.

ASCOT-BPLA 연구에 참여한 뇌졸중 병력자 2046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12.3%에서 뇌졸중이 재발했으며 재발 환자의 경우 비뇌졸중 환자군 대비 큰 폭의 혈압 변동성을 나타냈다.

더불어 ALLHAT에 등록된 뇌졸중 병력 환자 2173명의 추가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혈압 변동성이 뇌졸중 재발의 위험요인이라는데 힘이 실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혈압 변동성이 환자가 투여받은 항고혈압제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는 대목.

이에 따르면, 칼슘채널차단제(CCB)인 암로디핀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아테놀롤 투여군 대비 혈압 변동성이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권순억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고혈압이 뇌졸중에 가장 중요한 위험 원인이라는 것이 설명됐지만 실제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혈압 관리 연구가 많지는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혈압조절에 심장질환 및 뇌졸중 예방효과 데이터가 어느정도 확보되면서 혈압 변동성의 중요성도 최근 10년 사이에 함께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지에서는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혈압 변동성이 큰 환자의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높은데 더해, 혈압 변동성이 낮은 환자군 대비 뇌졸중 재발 위험도 더 증가한다는 평가다. 또한 고혈압 치료제에 따라서도 뇌졸중 재발률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약물과 관련해선) 상이한 작용기전으로 인해 혈압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약제의 반감기다. 반감기나 지속시간 등이 혈압 관리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2차 예방 "혈압 변동성 관리 임상근거 수집 관건"

권순억 교수.
권 교수는 "ALLHAT 연구에 사용된 베타 차단제, 아테놀롤 경우 효과 지속 시간이 짧기에 혈압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아테놀롤 치료군은 혈압변동성도 크고 뇌졸중 재발 위험성도 타 약제인 암로디핀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반면 암로디핀 투약군에서는 아테놀롤 치료군에 비해 혈압 변동성이 안정적이며 뇌졸중 재발률 또한 낮게 나타났다.

현재 고혈압 약제를 보면 CCB 가운데 반감기가 긴 편인 암로디핀 계열의 치료제가 가장 선호하는 약제로 실제 임상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ACE 억제제나 ARB 제제 경우도 반감기가 길다는 장점은 있다.

권 교수는 "ACE 억제제는 부작용으로 인해 실제 임상에서 사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ARB 계열의 치료제는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약제마다 반감기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나 혈압변동성에 대한 ARB 치료제 전반적인 데이터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ARB 치료제가 CCB 치료제보다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시된 ARB 계열 치료제의 경우 반감기가 개선된 약제도 다수 있지만 치료제 별 혈압 변동성 관리에 대한 내용은 임상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며 "암로디핀은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됐기에 실제 임상에서 선호되는 약제"로 언급했다.

때문에 뇌졸중학회에서도 예방효과 측면에서 해당 계열 약제들의 사용을 우선 권고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뇌졸중임상연구센터의 뇌졸중 진료지침을 보면, 뇌졸중 일차 예방을 위해서는 특정한 종류의 항고혈압제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특별한 적응증이 없고 동일한 혈압강하 조건에서는 베타차단제보다는 CCB나 ARB의 사용을 추천했다.

권 교수는 "혈압 변동성이 심한 경우 효과가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약제로 변경하거나 24시간 BP 및 가정 혈압을 측정한 데이터를 통해 약제 변경 등에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ASCOT-BPLA, ALLHAT 사후분석 연구가 나왔지만, 여전히 혈압 변동성에 대한 직접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데이터 수집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