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 '벤조디아제핀'의 안전성 문제가 거듭 지적되면서 오남용에 각별한 주의가 따를 전망이다.
여타 신경안정제와의 병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지만 매년 처방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장기복용에 따른 사망 사고도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엔 35세 이상의 임신부의 경우 특정 벤조디아제핀 계열약을 복용했을때 자연유산 위험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최근 열린 올해 유럽정신과학회(EPA) 연례학술대회에서도 17년간 진행된 최장기 추적관찰 결과가 발표되며 벤조디아제핀의 안전성 이슈가 주목을 받았다.
해당 결과는 여전히 진행 중인 코호트 연구로 지난 17년간 42만2000여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했다. 일단 1998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의 추적 결과를 담고 있는 것.
이에 따르면 임신기간 불면증이나 불안장애로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자연유산 위험이 더 증가했다.
특히 임신 6주와 19주 사이에 벤조디아제핀을 복용한 임신부에서 자연유산 위험이 최대 85%까지 증가한다고 보고한 것.
캐나다 몬트리얼의대 애닉 베라드(Anick Berard) 교수는 학회 발표를 통해 "약물의 작용기간과 위험도에 직접적인 영향은 아직 파악이 어렵지만 용량과 위험에 연관성은 나타났다"며 "고용량을 복용한 여성에서 자연유산 위험이 2.5배 이상 높았다"고 지적했다.
속효성 벤조디아제핀과 지속성 벤조디아제핀 사이에 위험도 차이는 없었지만, 하루 투여 용량이 증가할 수록 위험비는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루 1~5mg, 6~20mg, 20mg 이상을 복용한 임신부에서 위험비는 각각 1.73, 1.96, 2.55로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이외 벤조디아제핀 계열약 중에서도 '디아제팜' '테마제팜' '브로마제팜'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 등에서 보다 자연유산과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
의료계 "최소용량 또는 중독성 낮은 대체약제 사용 고려해야"
벤조디아제핀의 안전성 문제는 전문 처방이 필요한 신경정신과 이외 타과 처방 사례가 증가하면서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및 사망 사고가 늘고 있다는게 관건이다.
이러한 벤조디아제핀의 처방 문제를 두고 매년 주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벤조디아제핀의 처방량은 단독요법 외에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계열약이나 기타 안정제와의 병용처방이 크게 증가했다. 또 불안증 및 수면장애 환자 등에서도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
이와 관련 작년 초에도 벤조디아제핀의 오남용과 장기투약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대규모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의학학술지인 NEJM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분석자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3년 사이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은 성인은 810만명에서 1350만명으로 67%가 증가했다.
특히 벤조디아제핀의 처방량이 늘며 처방 관련 사망 사고는 7배 이상 늘은 것으로 보고했다.
때문에 미국노인의학회(AGS)는 작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장기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에는 위험성과 혜택을 충분히 설명하고, 투약 용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최선의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의료계는 벤조디아제핀 처방 용량과 투약기간 산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벤조디아제핀은 투여 용량과 투약기간 설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약물"이라며 "스테로이드처럼 양날의 검을 가진 약물로 치료기간이 길어지거나 고용량 사용시 득보다는 위험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A 정신과 원장은 "정신과 외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도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에서 무엇보다 환자 증상에 맞게 최소용량을 사용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안이나 불면, 공황장애 등에 벤조디아제핀의 사용은 주효하지만 이후 중독성이 낮은 대체약제의 처방을 고려하고 벤조디아제핀 용량은 줄여나가는 게 치료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