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에서 3년 전 제왕절개 후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그 신생아를 제왕절개 후 바닥에 떨어뜨린 사실이 있는지, 그 신생아가 의료상 과실로 사망한 것인지, 그 사건과 관련하여 분당 차병원 의료진이 의무기록을 위조한 것인지 등에 관한 뉴스가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분당 차병원 의사 2명에 대하여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검찰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언론에 보도되는 사실들이 모두 객관적 진실과 부합한다면 분당 차병원 의료진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의무기록 허위작성에 관한 죄, 허위진단서등 작성죄, 증거인멸죄 등으로 처벌될 것입니다.
의료진에 대한 처벌에 대하여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건도 있었고 성남시 소재 병원에서 의료인 2명이 법정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은 위 두 사건과 맥을 달리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 두 사건은 의료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는 사건으로서 의료사건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사건은 의료진이 진료기록부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진료 당시의 자신의 특정한 행위를 숨긴 것이고, 그 행위는 결국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행위로서 일반 형사사건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든지 자신의 범죄행위는 숨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진료기록은 민사소송에서 특별한 절차 없이 그 진료기록에 기재된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상 통상문서로서 강한 증명력을 가지는 문서로 취급된다는 점에서, 의료인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필자는 두 가지의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일단 작년 개정되어 시행된 의료법에 따를 경우 환자는 진료기록의 수정된 부분이 있는 경우 수정 이전의 것과 수정 후의 것의 사본을 제공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1조). 또한 의료인은 진료기록에 추가기재, 수정한 경우에는 그 접속기록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제23조). 즉 과거와 달리 현행 의료법에 따를 경우 환자는 자신의 의무기록이 수정되었다면 수정 전의 것과 수정 후의 것을 모두 열람 복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은 법률개정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와 같은 개정 규정을 본 사건에 대입하여 보면 과연 수정 기록의 보관을 의무화한다고 하여 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즉, 의료인이 진료기록의 수정사실까지 은폐해 버리면 환자로서는 자신의 의무기록이 수정되었다는 것 자체를 전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필자는 첫 번째로 의료인이 진료기록을 수정하는 경우 수정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보건복지부에 제출케 하고 그 제출된 수정내용을 보건복지부가 보관하며, 만약 수정 내용의 제출이 허위임이 밝혀지는 경우 자격정지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제도개선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한 경우 의료인이 진료기록의 수정사실을 은폐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의료법의 개정이 어느 정도 홍보가 되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각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열람 등사하는 곳에 의료법 개정에 대한 안내문을 게시하도록 하는 등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홍보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두 번째로 병원 내 CCTV를 진료실이나 수술실에까지 설치하고 그 영상을 의무기록에 준하여 보관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필자는 병원 내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CCTV 설치를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있지만, CCTV 설치와 영상의 보관이 진료기록과 같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진료기록의 허위작성이나 조직적인 은폐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 사건에서도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신생아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촬영되었을 것이므로, 그러한 경우까지 조직적으로 그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사안은 결국 의료계 종사자들의 직업윤리가 우선시되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그 직업윤리를 저버린 의사들에게는 엄벌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 사건을 처음 제보한 의료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최초 제보자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제보자의 용기로 이 사건이 어렵게 세상에 밝혀진 만큼 단순히 해당 의료인을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련 제도가 개선되어 더 이상 이러한 은폐행위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