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시술을 하는 의료인이 받는 방사선 피폭량이 허용수치 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을지대 을지병원은 소화기내과 손병관‧정광현 교수팀이 내시경과 방사선을 이용한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적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십이지장 유두부'라고 하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 및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 병이 있는 부위를 관찰한다.
▲담관, 췌장의 양성/악성질환 ▲총담관결석에 의한 담관염 ▲담도폐쇄를 동반한 췌장/담도 종양 ▲췌장염 환자 등을 치료할 때 쓰인다.
연구진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총128건의 ERCP를 시행하면서 의료인에게 발생하는 누적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했다. 또 분기별로 차단막 바깥과 내부 평균 누적 방사선량도 비교했다.
그 결과 시술 한 건당 평균 투시 시간은 약 4분(245초), 방사선 촬영 횟수는 3.7회였다. 매분기 평균 피폭량은 차단막 바깥이 26.85±3.47mSv, 차단막 내부는 1mSv 미만이었다.
차단막 바깥쪽 방사선량은 방호막이 없었다면 의료인의 두경부에 대부분 피폭될 방사선량이나 다름없다.
국제방사선방호위에서 허용하는 방사선 종사자의 5년간 총 누적 선량은 100mSv 이하로 매년 20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 분기별(3개월)로 계산하면 5mSv 이하다. 신체 부위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눈(수정체) 보호를 위해서는 연간 150mSv 이하로 권장한다.
이에 따르면 ERCP 시술 시 의료인의 피폭량은 연간 허용치보다 훨씬 높으며 이동식 차단막이 방사선 피폭을 현저히 차단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학병원급에서는 연간 ERCP 시술이 250건보다 훨씬 많고 다년간 시술을 이어가고 있어 철저한 방사선 방호를 하지 못한다면 시술자들이 받는 방사선 누적 피폭량은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병관 교수는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 하기 위해 납안경, 납옷, 갑상선 보호대와 같은 개인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라며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더라도 몸 전체를 방어할 수 없으므로 이동식 차단막과 같은 방사선 방호 장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진은 방사선 피폭에서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이동식 차단막을 제작했다.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납차단막은 상단에 투명 납유리를 장착해 시야를 확보하고 하단에는 바퀴를 장착해 편리성을 더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의학저널(BMJ Open) 3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