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심혈관통합학술대회서 심혈관 및 신장 혜택 논의 미토콘드리아 기능개선 및 케톤체 증가 기전 확인 필요
국내 심장전문가들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놓고 활용 가치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혈류역학적 특성상 계열약에서 보고되는 심혈관 및 신장 보호효과를 근거로, 순환기 및 신장 질환 환자에서도 사용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데 공감한 것.
특히 심근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거나, 좌심실벽에 부하를 줄이고 신장의 사구체압을 떨어뜨리는 개선효과는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춘계 심혈관통합학술대회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세부 세션에서는 "SGLT2 억제제를 심장약으로도 볼 수 있을까"란 물음에 다양한 전문가 논평이 공유됐다.
최근 당뇨병 환자들의 관리 패러다임이 단순 당화혈색소(HbA1c) 감소에서 심혈관 위험인자 및 심혈관 사망, 주요심혈관이상반응(MACE), 심부전 위험, 만성신장질환(CKD) 위험 감소를 함께 평가하는 상황과도 결부된다.
현재 SGLT-2 억제제 옵션의 경우 내분비내과에서는 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ASCVD)이나 만성신장질환에 보호 혜택을 쌓아가며 메트포르민 1차요법 이후 2차 선택지로 우선 권고되고 있다.
여기서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및 신장질환에 혜택과 관련해 활용 범위와 역할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계열약 처음으로 대규모 심혈관임상(CVOT) 혜택을 입증한 EMPA-REG OUTCOME(2015년)을 시작으로 CANVAS(2017년), DECLARE TIMI 58(2018년)까지 임상적 결과가 순차적으로 쌓이고 있기 때문.
더욱이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는 한 발 더 나아가 비당뇨인 다수가 포함된 심부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Dapa-HF'나 'EMPEROR-Reduced' 'EMPEROR-Preserved' 임상을 통해 심장약으로의 영역 확장을 준비 중이다.
한림의대 순환기내과 조상호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심혈관 효과를 발견한 것인데 이제는 근본적인 작용기전을 찾는 일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짧은 시간에 혈압 및 교감신경톤 줄이고 사구체압을 비롯한 심부전 입원 감소, 신장 보호효과에 확연한 효과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순천향의대 내분비내과 박형규 교수는 "개인적으로 케톤체 생성에도 관심이 간다. 심부전 환자에서 케톤체를 올려주면 증상이 개선됐다는 결과지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며 "케톤체의 생성 증가가 신장이나 심근쪽에도 혜택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하는 상황"으로 풀이했다.
박 교수는 "비당뇨인에서도 이러한 추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임상자료는 부족하다"며 "비당뇨인이 다수 포함된 엠파글리플로진 및 다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임상 결과들이 나와봐야 이런 얘기들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관심 "비당뇨인 심부전 임상 결과가 관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양한모 교수는 "이러한 혜택은 SGLT-2 억제제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개선하는데 있어 심부전 환자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도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에너지 대사 측면에서 미토콘드리아에 인산화과정을 거치면서 활성산소(ROS)가 많이 생긴다. ROS 발생을 줄여주면서 세포보호효과에 혜택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심부전이나 신장질환 환자에서도 해당 옵션의 사용범위가 점차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서울아산병원)는 "심부전 환자에서는 신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혈액저류가 쉽게 오고 신기능이 떨어지면서 이뇨제도 잘 안듣는다"며 "해당 환자군에서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 ASCVD 위험이 어느정도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지 않으면서도 혈당강하나 심혈관 및 신장에 혜택을 보이는 옵션으로 주목을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SGLT-2 억제제에서 보고된 심부전 입원 감소 혜택을 주목하는 이유도 따로 나왔다.
성균관의대 순환기내과 이종용 교수(강북삼성병원)는 "당뇨 환자는 크게 당뇨만 있는 환자군과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당뇨병은 관상동맥질환을 비롯한 비치명적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여러 심혈관질환 위험과도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고 짚었다.
이들 환자들의 경우, 미세혈관병증에 더해 심근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쳐 심부전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연결고리를 보여준다"며 "심부전 환자에 주요 위험인자인 당화혈색소, 흡연, LDL-C, 혈압, 알부민뇨를 제외하고도 심부전 위험이 높게 제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7만명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등록된 스웨덴 국립 코호트 연구에서도, 앞서 언급한 주요 위험인자들을 조절했을때 급성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은 줄어든 반면 심부전 위험이 오히려 45%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결과들을 살펴보면 제2형 당뇨병 진단후 5년이내 무증상성 좌심실 기능장애가 보고된 경우가 68% 정도였다"면서 "앞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진단 초기부터 심혈관 사건 발생에 있어 심부전 위험을 따로 평가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의대 내분비내과 진상만 교수(삼성서울병원)도 "내분비대사적인 측면에서 심부전과 당뇨병은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며 "영국 UKPDS 결과에서도 제2형 당뇨병 남성에서 심부전 위험은 2배, 여성은 3배 이상 증가하는 동시에 이들 환자에서 매년 3.3%가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구체압 감소 혜택 RAAS 차단제에 비유 "수입세동맥 혈관 수축 작용 주목"
여기서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도 SGLT-2 억제제의 혈당 배출이나 나트륨 배출 효과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은 주목할 점으로 언급됐다.
신장에 혈류와 혈압을 감지하는 세포인 치밀반점(macula densa)에서 혈압약인 RAAS 억제제들이 수출세동맥(efferent arteriole)의 혈관이완 작용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SGLT-2 억제제는 여기서 수입세동맥(afferent arteriole)의 혈관수축 작용을 통해서 사구체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종용 교수는 "유럽심장학회 진료지침에서도 제2형 당뇨병이 동반된 심혈관질환자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주요심혈관이상반응 위험을 늘리지 않고 심부전 입원이나 전반적인 사망률을 줄이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장내과 입장에서 이러한 효과가 상당히 좋게 평가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최근 진행되는 이들 옵션의 임상들이 당뇨병 환자 외에도 심부전과 관련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패널 논의에서 울산의대 이우제 교수(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물론 심장약으로도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다만 혈관에 직접 작용효과보다는 간접적인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아직은 비당뇨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들이 더 나와봐야 할 것"으로 전했다.
이어 "SGLT2 억제제를 당뇨병 치료제만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심장과 신장내과 영역에서도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균관의대 신장내과 현영율 교수(강북삼성병원)는 "신장에 작용하는 것은 RAAS 차단제 이후 거의 없었기에 이들 억제제의 등장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신장기능이 낮아도 혈압 및 단백뇨 감소 등의 효과가 유지되고 신장 보호효과도 일관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