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의약품 경제성평가 제도개선 정책 세미나 열려 제약사 "ICER값과 RSA 개선 요구"...복지부 "재정개편 없인 힘들어"
의약품 경제성 평가 제도개선을 놓고 정부와 제약업계가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신약의 가치 평가를 위해 경제성 평가자료(ICER) 임계값 상향과 위험분담제(RSA) 범위 확대를 강조했지만, 보건당국은 한정된 보험재정에 지출구조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
21일 국회에서는 이명수 국회보건복지위원장과 국회입법조사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주최로 '의약품 경제성평가 제도개선'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제약업계·환자단체·정부측 인사가 자리해 경제성평가 개선방안에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패널로 참석한 조영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상무는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가치 평가 및 낮은 ICER 임계값, 효용 가치 저평가, RSA 제한적 적용 등을 현행 약가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조 상무는 "안타깝게도 한국은 신약의 글로벌 회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 OECD 국가 중 혁신적인 치료제의 가치 평가를 경제성평가(비용-효용 분석)에 의존하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제성평가 제도는 다음과 같이 다른 국가 대비 신약의 환자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혁신적 치료제의 가치를 경제성으로 평가하면서 글로벌 최저 약가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부가가치세와 유통마진을 포함한 약가로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는 개선과제로 올렸다. 영국, 호주에서 출하가로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으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상무는 "한국에서 경제성평가를 통해 1000원의 가치를 인정했다 하더라도, 개발사 입장에서는 약 15%가 절하된 가치만 인정받은 것"이라며 "여기에 환급형 위험분담제의 적용시 부가세 이중부담의 문제로 그 가치가 환급률에 따라 20% 이상 더 크게 절하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투여하는 약제일수록, 그동안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저렴한 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과 비교해야 하는 혁신적인 치료제일수록 비교대안 대비 부가세의 부담이 가중되어 비용효과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측 입장은 달랐다.
최경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2018년도 약제비가 20조원에 육박했지만 의약품에 대한 요구도와 상관없이 지출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과 항암제 등에 재정이 투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출구조를 개선하면 산업적인 부분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사무관은 "경제성평가 원칙도 마찬가지지만 한정된 재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최적의 재정을 어떻게 투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현행 의약품 경제성평가제도에서 효율성 및 신속성 개선 방안 도출은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진 입법조사관은 "경제성평가 제도의 운영 과정 중 신약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과정 등에서 각 신약의 특성을 반영하여 평가할 수 있는 제도의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건보재정은 한정돼 있고 고가의 신약이 줄줄이 나온다. 앞으로 나올 것들도 많다"며 "이제는 접근성만 생각할 게 아니라 건보재정 생각치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을 함부로 쓰다가는 환자의 생명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현재 건보재정 지출을 방어할 수 있는 잣대는 경제성평가뿐"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적 반영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 고민 중"
심평원에서는 경제성평가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박영미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2017년부터 1년 반여 TF를 구성해 경제성평가의 절차와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며 "비교약제를 비롯한 ICER 임계값, 효용성, 할인율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의견만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사회적 합의 과정도 필요하다"면서 "체계적인 연구도 필요하고 포괄적 반영을 위해 경제성평가 가이드라인 개정을 고민하고 있다. 연말 내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제자로 나온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정훈 교수 "신약 등재시 제출되는 임상자료는 근거수준이 높은 무작위대조군임상(RCT) 자료들이나 국내 환자들이 포함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임상시험의 효과와 임상현장에서의 효과는 다르고, 국내 환자들에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등재시 밝혀지지 않은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신약이 고가일수록 불확실성이 중요하다는 분석. 안 교수는 "국내 실제 임상현자의 자료들(RWE)을 전향적으로 모아 등재후 신약의 국내 환자들에서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은 좋은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했다.
이와 관련 근거수준의 차이를 고려해 최대한 수집한 환자 수를 늘리고 RCT 대비 RWE의 효과 차이가 유의하게 클 경우만 경제성평가까지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