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게임 향한 부정적 시선 조장 vs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 찬반 팽팽 핵심은 적용 여부 복지부 결정에 달려...의료계, 게임산업계 예의주시
게임중독은 질병일까? WHO 기준에 의한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WHO(세계보건기구) 게임중독(정식 명칭 : 게임사용장애 / gaming disorder) 의 질병코드를 등재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이하 ICD-11)을 지난 25일(현지시간) 제72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
지난해 6월 WHO가 ICD-11 공개 당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신장애(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국내‧외에서 뜨거운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상 이번 통과로 종지부가 찍힌 셈이다.
ICD-11의 통과로 2022년 1월부터 관련 내용의 발효가 확정됐으며 이를 근거로 세계 각국은 게임중독에 대한 대응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게임중독에 관한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 부처, 단체, 전문가들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게임 산업계가 즐길거리인 게임에 과도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계는 충분한 근거에 따른 적절한 결정이라는 반박의견을 내놓고 있어, WHO의 결정과 별개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심한 상황이다.
게임사용장애 바라보는 찬‧반 논쟁…어느 정도가 게임중독일까?
ICD-11 내 '게임사용장애 진단지침(Diagnostic Guidelines)'에 따르면 게임 장애는 행동 장애의 하위분류에 포함되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게임에 대한 조절력을 상실하며, 게임이 공부나 일 등 일상생활에 비해 현저하게 우선적인 활동이 돼야하고, 특히 게임으로 인해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 등 부정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할 수 없어야 한다.
아울러 의사가 게임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모든 증상이 최소 1년(12개월) 동안 지속돼야 하고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다른 정신 질환으로 인해 게임에 의존하는 사람은 게임 장애로 진단할 수 없는 것으로 명시됐다.
하지만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를 반대하는 측은 이 같은 등재 내용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20억 이상, 국내로 국한해도 70%가 게임 이용자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게임사용의 병리화는 건강한 게임 이용자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WHO진단 지침에도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보통 게이머와의 경계라고 표현한 만큼 게이머 전체를 병리화 할 것이라는 프레임은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생업을 위해 게임을 많이 이용하거나, 주말에 20시간씩 이용하다가도 주중에 자기 할 일을 잘 하는 경우 등 동시대의 문화나 맥락을 고려해 관련 내용을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게임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다고 게임중독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번 WHO에 등재된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코드의 이름은 '게임중독(game addiction)'이 아닌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라고 명명돼 있다.
게임사용장애는 게임사용 패턴이 병적이고 중독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음주자들이 중독 상태에 이르지 않는 것처럼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이 중독에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부적응적 혹은 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상태에 대해 질병(질환)을 부여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권고 차원인 WHO 결정 어떻게 따라가야 할까?
또 한 가지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나오는 목소리는 권고차원인 만금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는 WHO의 결정을 따라야 하냐는 지적.
실제 WHO의 결정이 강제성이 없지만 ICD-11 표준질병분류체계의 등재가 공중보건학적으로 분류체계에 넣어 치료나 연구 등 보건학적 대응이 필요한 영향이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의견.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건복지부는 WHO에서 최종적으로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를 확정지을 경우 2022년까지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 전문가협의체와 연구 등을 기반으로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5년 주기로 개정하는데 2020년으로 예정된 '제8차 KCD 개정(KCD-8)'에서는 'ICD-10'만 다뤄질 계획으로 빨라야 '제9차 KCD 개정'이 논의될 2025년에나 국내도 '게임 장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될 전망이다.
2022년까지 협의체 논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에도 국내개정은 3년이라는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 사이 충분한 근거를 만들겠다는 게 복지부의 복안인 것.
물론 질병코드의 등재가 사안의 중요도나 사회 요구에 따라 기존 5년 주기 이외에 따로 논의 후 등재되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이 심한만큼 충분한 시간을 들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이해국 교수는 실제 게임으로 인한 건강폐혜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신질환에 대한 전체를 부정하는 시각보다는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해국 교수는 "현재 게임사용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체의 1~2% 정도라고 보고 환자로 판단되는 사람 중 실제로 병원에 오는 경우는 더 적을 것"이라며 "당장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는 97~98%를 대상으로 질병코드 등재가 언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등재로 반발이나 우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실제 게임사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되더라도 실제 환자까지 인정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일 것으로 내다본 것.
이 교수는 "정신 행동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폄훼하면 결국 질환을 가진 사람은 손상이 심해지고 치료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가 아닌 취약한 게이머들을 위해서 병으로 등재할 때 어떤 이름을 붙일 것인지 건전한 게임을 위해 어떤 운동들이 가능한지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