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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학장들 '창의' 외치지만…현실에선 '주입식' 여전

황병우
발행날짜: 2019-06-04 12:00:35

의대생 3명 중 2명은 '의대교육 창의성 저해한다'고 응답
딱딱한 강의 수업·자율성 없는 정해진 커리큘럼 지적

AI 등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의대교육도 바뀌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의대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창의성 등 의대생 개개인의 역량이 점차 강조되는 상황에서도 의대교육은 오히려 창의성을 저해시키는 방향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전시형)는 최근 열린 '제35차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주관한 정책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나세환 의대생(본과4학년) '의학교육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주제로 의대생의 창의성 저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의과대학 3446명을 대상을 이뤄졌으며 ▲학생들 본인의 창의성이 저해됐는지 ▲어떤 측면에서 저해하고 있는지 ▲의과대학 재학 중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객관식과 주관식 질문을 통해 이뤄졌다.

먼저 '의과대학에 진학한 이후 본인의 창의성이 저해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설문 응답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학생이 그렇다고 답변해, 의과대학 진학 후 오히려 창의성이 저해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창의성 저해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예과 2년을 지나 본과로 돌아가면서 그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본격적으로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시기에 돌입하면서 창의성과 멀어지는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게 의대협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은 현 의대 교육의 어떤 측면이 의대생의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생각했을까?

의대생들은 창의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간적 여유 부족(34%)'라고 밝혔으며 ▲개인의 자율성 부족(25%) ▲교육 내용 및 방식의 문제(21%) ▲시험 내용 및 방식의 문제(21%)가 뒤를 이었다.

특히, 창의성 저해의 세부적인 질문에 대해 ▲과도한 수업일수 ▲빈번한 시험 횟수 등으로 인한 시간적 여유부족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커리큘럼 ▲주입식 교육 위주의 딱딱한 강의 수업 등으로 개인의 자율성이 부족하다고 조사돼 현재 유동성이 부족한 의대 커리큘럼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의대협 전시형 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좌담회에서 "현재 의대 커리큘럼은 이전부터 확고하게 자리 잡힌 상태에서 새로운 의학지식은 계속 추가되는 구조"라며 "더 이상 무언가 뺄 수도 더할 수도 없는 자율성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의대생들은 절대적으로 공부해야할 양이 정해져있는 의대교육 특성상 암기위주의 교육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어떤 점에서 교육 내용 및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암기위주의 교육방식(27%) ▲단순 지식의 전달에만 집중한 수업내용(24%) 등 절반이상이 일방적인 교육내용을 언급했으며,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형식적인 과제·예과 과정 커리큘럼(27%) ▲다양한 진로에 대한 소개 부족 ▲4차산업 혁명,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에 대한 교육 부족에 대한 갈증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나세환 의대생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일부 활동들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의대생은 "의대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로 조별수업, 연구, 동아리, PBL 등을 언급했다"며 "실제 창의성에 대한 성과와 별개로 학생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런 교육방법들이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