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불구 현장 적용 의문"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보건의료노동자 10명중 7명이 폭언을 경험하는 등 여전히 의료기관 안에서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도 높게 나타나 10명 중 9명은 자심의 감정을 참으며 일하고 있었다고 응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는 20일 지난 1월 조합원 6만697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4만6447명이 참여해 54.4%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지난해 2만9620명에 비해 응답률이 약 23% 증가했다. 조사는 임금 및 직상생활, 노동조권, 인력 충원 등 총 7개 영역 39개의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이뤄졌다.
먼저 2019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9.2%가 폭언을 경험한 사례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폭행 경험 13%, 성폭력 피해 경험도 11.8%로 나타났다.
이를 직종별로 비교할 경우 폭언 피해 경험은 ▲간호사가 79% ▲간호조무사 61.7% ▲사무행정원무 57% ▲방사선사 51.3% 임상병리사 45.4% 순으로 조사됐다.
또 폭행 피해 경험과 성폭력 피해 경험에서도 간호사가 각각 16.2%와 14.5%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함께 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폭언의 경우 ▲환자 68% ▲보호자 53.6% 등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지만 ▲의사 32.1% ▲상급자 20.6% 등을 언급한 경우도 있어 의료기관 내 안에서 이뤄지는 폭력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폭행의 경우도 주된 가해자는 환자로 86.6%이며 보호자가 18.4%, 상급자 3.9%, 동료 2.8%이다.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가 81.2%이며 보호자가 19.2%, 의사 9.7%, 상급자 5.6% 순이다.
보건노조는 "최근 의료기관내 폭력 발생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했지만 병원현실은 여전히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는 사각지대"라며 "의료기관내 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부 방침과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89.5% 근무도중 감정노동…병원 내 갑질문화‧괴롭힘 여전
또한 보건의료노동자가 근무도중 겪는 감정노동 또한 타 산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근무도중 '나의감정을 억제하고 일해야 한다'는 질문에 89.5%가 '그렇다'고 응답해 10명중 9명은 자신의 감정을 참으며 일하고 있었고 '퇴근 후에도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응답자가 80.2%로 조사됐다.
특히 '부당하거나 막무가내의 요구로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있다'는 응답자도 69.1%로 조사됐지만 병원에 문제 해결 규정이 있는 곳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한편, 근무시간 조정이나 강제휴가 사용 등 병원 갑질이 여전하다는 조사 내용도 나왔다.
입원 환자 수의 변동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날짜에 휴가를 강제로 쓰게 한 사례가 46.9%였으며, 경조사 등 인력부족에 따라 근무시간이 수정된 사례도 48.4%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기부금, 기금, 회비 등을 납부한 경우가 26.7%,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일의 지시 15.4% ▲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 16.2% 등으로 조사됐다.
보건노조는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의료기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는 의문"이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의 감정노동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강력한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는 "2019년 산별중앙교섭의 주요 교섭의제로 직장 내 괴롭힘과 인권보호 등에 합의하고 노사 TF팀을 구성해 실행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올 하반기부터 병원 내 감정노동 실태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