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차, 보건의료 생태계는 여전히 혼란과 혼돈에 빠져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문 케어로 명명된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강한 드라이브로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은 폭발 직전이다.
선택진료 폐지 이후 문턱이 낮아진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으로 대학병원 병원장들이 앞 다퉈 보건의료 정책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고, 의원급은 만성질환관리제와 교육상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일차의료 효과엔 턱없이 부족하다.
대형병원과 의원급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소병원은 더욱 암울하다.
문케어로 의료기관 매출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관행수가의 절반에 못미치는 급여수가로 순수익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자괴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하는 여당과 청와대, 보건복지부 상황은 어떨까.
최근 보건복지 관련 당정청 회의 분위기는 차갑다.
여당은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등 어느 하나 개선되지 않은 정책 부재를 강하게 질타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김연명 사회수석과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여당 국회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몰랐다", "챙겨 보겠다" 등의 함량 미달 답변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보건의료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지난 2년간 문케어를 제외하고 보건의료 정책 중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는 정책이나 사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공의법 시행 후 대안으로 진행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불확실한 본사업으로 젊은 의사들에게 확실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고령사회 대비 보건의료로 확대한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도 계획일 뿐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복지부 실국장은 내색은 안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인사에 치중하는 눈치다.
국회 공전 속에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하며 의료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여당 관계자가 "당정청 회의에서 복지부가 보고하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이나 추진과제는 대부분 과거 버전일 뿐 혁신적인 정책은 드물다.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실 역시 복지부 공무원들이 파견되어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복지부 현 상황과 다를 게 없다"고 했을까.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 3년차 여당도 청와대도 복지부도 현실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건의료 현장에서 쏟아지는 우려와 비판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의료계 한 인사의 날선 비판도 명심해야한다. "의사협회가 보건의료 정책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삭발이나 1인 시위라는 전시용 이벤트는 재미도 감동도 없다. 여당과 청와대, 복지부, 의사협회 모두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