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을 향한 보건당국의 불신과 압박 정책이 지속되면서 병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요양병원들은 특히 입원환자 대상 건강보험공단 '신고'에서 '자료제출'로 문구만 바꾼 보건복지부 눈속임 처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4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는 최근 법무법인 법률자문에 입각해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사실상 실시간 현황파악을 명시한 개정안의 위법성을 담은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만성기의료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요양병원 입원진료 현황 제출 규정 신설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에 반하며, 평등원칙을 위반한 요양병원 차별 취급으로 관련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의료기관 평가인증과 적정성평가 2등급 이상, 의사와 간호사 1등급 병원, 산체억제 제로와 욕창발생 제로 등 엄격한 입회자격으로 운영 중인 만성기의료협회는 전국 요양병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반고 있는 비법인 단체이다.
만성기의료협회가 법무법인 변호사들 법률적 의견을 동봉해 복지부 개정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복지부는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통해 요양병원 불필요한 장기입원 또는 사회적 입원 관리 강화 등을 위해 요양병원 입원의 요양급여 적용 전제조건으로 건강보험공단 전산 등에 신고를 신설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입퇴원 상황을 건강보험공단에 실시한 신고하지 않으면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의료기관과 약국 등 모든 요양기관이 기관별 재량에 따라 월말 기준 요양급여 비용을 일괄 청구하는 방식과 전혀 다르다.
만성기의료협회는 "지난 4월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건강보험공단 신고 등 개정안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제출했고, 복지부는 해당 조항의 재검토와 조항 삭제를 회신공문으로 협회에 전달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복지부는 지난 5월말 개정안 일부를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요양병원 입원환자 적정 요양급여 관리 조항은 '요양병원 입원진료의 신고'에서 '요양병원 입원진료 현황 제출'로 수정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입퇴원 상황을 건강보험공단 시스템 신고에서 자료제출이라는 동일한 의미로 단어만 바꿔 입법예고한 셈이다.
전국 요양병원들은 어의없다는 반응이다.
수도권 요양병원 한 병원장은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 재검토와 조항 삭제 등 수용의 뜻을 표명한 복지부가 돌연 신고에서 자료제출이라는 말장난으로 요양병원들을 우롱했다"고 꼬집었다.
만성기의료협회는 개정안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들었다.
협회는 개정안에 따라 요양병원이 공단 자료제출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원환자의 이름과 병명, 입퇴원 사유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사실상 환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수집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며 공단의 과도한 권한부여 역시 위법이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평등원칙 위배를 제시했다.
요양급여를 제공하고 급여비용을 지급받는 병원과 한방병원 등 요양기관이라는 점은 동일하므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요양병원을 다르게 취급해선 안 된다면서 요양병원에만 입원진료 현황자료를 요구한 개정안 불합리성을 주장했다.
의사의 진료 재량 침해도 의견서에 담았다.
협회는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그리고 의사 자신의 지식과 경험 등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을 갖고 있다(대법원 2015년 6월 24일 선고, 2014도11315 판결)고 의사의 권한을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입원 필요성은 의사가 판단할 영역이고 사회적 입원 여부는 사후적 심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면서 개정안와 같이 요양병원 입원진료 현황을 제출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게 하는 제재를 한다면, 의사의 재량권 위축과 더불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성기의료협회는 "입원진료 현황 제출 제도는 전국 요양병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적정한 요양급여 관리를 명분으로 법률에도 없는 입원진료 현황 제출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렵다"며 조항 삭제를 재차 촉구했다.
요양병원협회(회장 손덕현) 입장도 대동소이하다.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만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가는 정부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건강보험공단 자료제출을 의무화한 개정안의 반대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했다"면서 "복지부 움직임을 보면서 성명서와 보도자료 등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강한 반발에도 복지부 입장은 굳건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진료 현황 자료 제출은 요양병원 내부의 문제점에서 출발했다. 요양병원 간 입원환자 주고받기와 허위거짓 입퇴원 등이 불법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커뮤니티케어 활성화 차원에서 요양병원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명확한 입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원환자 기록 자료제출이 개인정보법 위반이라면 현 외래와 입원환자의 건강보험 청구는 왜 하는가"고 반문하고 "요양병원들의 자료제출에 따른 불편함은 이해하지만 무조건 반대는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오는 15일"까지 개정안 의견수렴을 마무리하고 내부 협의를 거쳐 오는 11월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 건강보험공단 자료제출을 전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