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인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이 '환자의 반응 유무'라는 협상 카드를 받아드린 것과 달리,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 등은 사전협상에 차질을 빚으며 잡음이 나오는 탓이다.
올 연초부터 정부는 급여 확대 대상인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오노·BMS의 옵디보(니볼루맙),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 면역항암제 3종을 묶어서 개별 제약사들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이들 제약사에 '환자의 반응 유무'를 급여확대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사전협상'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서 사전협상은 암질환심의위원회, 건강보험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등 의약품 등재나 급여확대를 위한 정식 논의기구가 아닌 일종의 특별전형 방식을 말한다.
특히 고가이며 적응증 확대가 무궁무진한 면역항암제의 경우엔, 재정부담이 큰 만큼 급여기준 확대 논의를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미리 재정요소나 확대기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뤄 놓고 약평위, 약가협상 등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인 것.
올해 4월, 후발주자인 로슈가 '환자의 반응 유무'라는 협상 카드를 먼저 받아들이면서 티쎈트릭의 사전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최근엔 약가협상 절차를 끝내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폐암에서 2차치료제로 PD-L1 발현율(발현 비율 IC2/3주2) 기준이 잡힌채 급여권에 진입한 티쎈트릭은, 이른바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폐암 및 방광암에서 처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선발품목을 가졌던 MSD와 오노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키트루다는 1차요법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대체하려는 상황이었고 옵디보는 폐암 2차와 3차요법에서 PD-L1 제한 없이 처방이 가능토록 하려는 계획이었다.
'환자의 반응 유무'라는 조건의 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 결렬을 대하는 두 회사의 태도차는 극명했다는 대목.
협상 결렬 이후, 정부는 두 제약사 모두에 재협상을 제시했고 MSD만이 테이블에 앉았다. MSD는 현재도 정부와 사전협상을 진행중이다. 환자들은 최소한 폐암 1차요법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반면 오노의 경우, 일본 본사 차원의 결정이 내려졌고 한국법인 역시 이를 수긍해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파트너사인 BMS가 설득을 시도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BMS와 환자 입장에서는 향후 '여보이(이필리무맙)'와 옵디보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도 어려워진 것이다.
옵디보 이외 다른 면역항암제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적응증 상의 쓰임새는 분명한 약물이다. 위암에서는 현재 옵디보만이 적응증을 보유한 상황이며 옵디보가 한국 급여 확대를 포기하면 환자의 치료옵션 중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사전협상 결렬 이전까지 오노가 끊임없이 "환자를 위해 옵디보 급여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해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오노가 의사를 보인다면 언제든지 재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들의 니즈는 분명하다.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와 제약사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