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심평포럼'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건강보험 적용(급여화) 필요성이 논의되었습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저를 포함한 의료계 전문가들 모두 복지부와 심평원의 검사 급여화 필요성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시기상조’라는 평가한 여러 의료계 전문가 중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및 대한소아감염학회를 대표해서 참석한 제가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급여적정성 평가지표 중 첫째 대체가능성에 대해서는 인플루엔자 신속항원검사 보다 분자병리검사(신속)가 검사의 민감도 측면에서 더 우수한 검사이지만 검사비용이 더 높기에 대체가능성은 그 나라의 경제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로는 인플루엔자 신속항원검사를 분자병리검사(신속)로 단지 일부만(어림잡아 1~2%) 대체 가능하겠습니다.
둘째 지표인 진단적 가치를 살펴보면 국외 및 국내 문헌고찰 결과 일반적으로 민감도가 다소 낮고 특이도가 높은 검사의 특성이 있고, 특히 소아는 성인보다 10% 이상 민감도가 높게 보고되었습니다. 바꿔 말해서 소아는 성인보다 검사결과가 더 정확합니다. 검사 시점(증상 발생 후 48시간 시점이 민감도가 가장 높음)에 따라 검사의 민감도의 차이가 납니다.
한편 모든 제품이 특이도는 95% 이상으로 높게 보고되지만 민감도는 제품에 따라 39~69%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진단적 가치를 높이려면 검사시점, 제품 뿐 아니라 검체 채취자의 술기에 따른 변이를 최소화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검사 결과에 따른 알고리즘(진료지침)이 마련되어 어떤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시행할지(적응증)가 정해져야 불필요한 검사의 남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적응증에 따른 급여기준 대로 1차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았던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급여적응증을 정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고 음성으로 나오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지 않는데, 만일 음성으로 나왔지만 위음성이 의심될 때, 양성이 나왔지만 위양성이 의심될 때 어떻게 할지도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이 감소되면 진단적 가치가 높아집니다. 정리하자면 진단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준비가 현재로는 매우 미흡합니다.
셋째 지표인 비용효과성을 논하려면 인플루엔자로 인한 국내 질병부담(이환률과 사망률)이 잘 연구되어 있어야 할 텐데, 특히 소아청소년 연령대에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질병부담 연구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국내 질병부담이 충분히 조사된 상태에서 인플루엔자 신속항원검사로 감소되는 질병부담이 얼마인지 추정하면 비용효과성을 산출할 수 있을 텐데 이 또한 현재로서 아주 힘듭니다.
넷째 지표인 기타 사회적 요구도인 재정영향, 연령, 의료적 중대성, 유병률,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에 대해서는 제가 속한 학회보다 주로 심평원, 복지부 등에서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플루엔자 신속항원검사는 급여적정성 평가지표 중 진단적 가치 및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그 동안 본격적이고 포괄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제 와서 이러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해도 급여의 적정성을 논한 근거가 정립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충분한 근거를 마련한 이후에 급여화를 추진해야 급여화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