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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단체 원격의료 반발…"무리한 사업 추진 재고돼야"

황병우
발행날짜: 2019-08-21 06:00:55

대공협, 원격의료 시범사업 의료사고 책임소재 우려
"해당 지자체 공보의 공무원 의무근거로 참여 강요당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업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의 상황 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고 사업 참여 또한 군복무 공보의 신분의 한계 때문에 강제로 이뤄졌다는 것.

대공협은 최근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전국적 확산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는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에 관해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이뤄졌다.

전체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시범사업 전수조사 결과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등에 속한 30여 개 시군에서 위 사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확대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 확인됐다는 게 대공협의 설명.

현재 원격진료의 대상 환자 수는 지역별 편차가 있으나 한 달 평균 40명, 많게는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이미 많은 수의 환자들이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행 중인 원격진료 시범사업의 형태는 공중보건의사가 원격지의사로서 원격진료에 참여하고, 보건진료소 공무원 혹은 방문 간호사 등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현지 인력으로 참여하는 형태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상담은 대부분 원격지의사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으며 절반 정도의 지역에서는 진단과 처방 및 방문간호사를 통한 약 배부/배달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공협에 따르면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은 "처방 후 증상의 악화와 합병증의 포착이 어렵다.", "원격진료 시 혈압과 BST 측정, 가벼운 문진만 가능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지 않다.", "만에 하나 의료사고가 발생할 시 책임소재 등이 항상 무서울 수밖에 없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

대공협은 "복지부는 원격의료지원 시범사업과 관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간 진행된 사업을 보면 의료인이 아닌 물리치료사가 개입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공협은 "이밖에도 방문간호사 대리처방, 처방약 전달 역시 의료법 및 약사법에 모두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며 "법적으로 잘 규정되지 않은 시범사업 진행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긴밀한 사전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의 경우 의료계 및 해당 지역의사회와 전혀 상의된 바 없으며, 임기제공무원으로서 특수한 신분인 공보의들이 시범사업에 의견을 피력하는 게 한계가 있다는 게 대공협의 지적이다.

대공협은 "대다수 공보의들은 근무지에 원격진료기기가 설치되고 나서야 공무원으로서의 의무를 근거로 해당 사업에 대해 참여할 것을 강요당했다"며 "최근 불가피한 의료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격의료 의료사고 시 책임소재가 불문명하거나 공보의가 져야할 몫이라고 말하는 실정이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공협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은 신중이 접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공협은 "원격진료를 시행하면 의료취약자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주장은 신중히 평가돼야 한다"며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보건사업 역시 근거 입장에서 평가된 이후에 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공협은 "실제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많은 공보의들은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 없이 약물처방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고 그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이 문제는 원격진료에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으로 급격한 원격의료 사업 추진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