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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 미성년 자녀 부적절

이창진
발행날짜: 2019-08-26 12:30:31

헌법·정신복지법 인권 침해 "해당 병원에 재발방지책 권고"

정신의료기관에서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요구한 것은 행복추구권 등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중앙부처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난 21일 익명 결정문을 통해 "정신의료기관에서 보호의무자나 법정대리인도 아닌 미성년 자녀에게 부친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진정인 김모씨(49, 남)는 "지난해 6월 A 병원에서 진정인이 심근경색이 없음에도 진정인 딸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사망을 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해 결국 딸이 서명 날인했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본원에 중환자실에 없어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어 종합병원 입원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데 진정인 딸과 아들이 종합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본원에 입원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호자인 심근경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는 것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진정인이 응급입원 및 보호입원 등을 한 것으로 보아 자타해 위험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의사표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신적, 신체적 상태는 아니였다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생명연장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불가침 기본적 인권"이라고 봤다.

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은 의료법상 정신의료기관 장으로서 응급의료법 제11조에서 정한 입원 중인 환자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로 하여금 아버지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생명 연장처치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예기치 못하게 사망해도 피진정 병원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동의서 내용은 미성년 자녀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한 것으로 이는 진정인과 미성년 자녀에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고 판단했다.

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이 헌법 제10조 및 정신건강복지법 제6조 제3항과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 입원환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닐 권리를 침해했고, 정신건강증진시설장으로서 인원보호 의무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 병원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관할 구청장에게 관내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