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2013년 이후 6년만에 '당뇨병 및 전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치료 약물에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3차 개정작업의 핵심은 당뇨병의 진행단계에 따라 심혈관질환의 위험과 관리 및 예방 전략을 새롭게 정리한 것. 연령에 따른 혈압목표치를 새롭게 정리하고, 지질목표치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세분화해 약물 병용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규 치료 옵션인 비스타틴제제 PCSK9 억제제를 비롯한 티카그렐러 등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DOAC 또는 NOAC) 및 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역할을 한층 강조했다.
이번 ESC·EASD 공동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31일 학회 개막과 동시에 학회지인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https://doi.org/10.1093/eurheartj/ehz486). 특히 당뇨병과 전당뇨, 심혈관질환, 신장질환에 따른 약물 치료 전략을 최신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권고수준에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팀(TF)의 공동의장인 카롤린스카병원 심장센터 프란세스코 코센티노(Francesco Cosentino) 교수는 "제2형 당뇨병은 2045년까지 전 세계 6억명 이상의 유병 인원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당뇨병 전단계도 비슷한 유병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고령화에 따른 질환 부담이 늘면서 경제적 투입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까지 늘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13년 공동가이드라인과 이번 2019년 개정 가이드라인에 큰 변화는 목표 혈압치를 비롯한 지질 목표치 조절, 항혈소판 및 혈당강하 치료전략, 심혈관 중재술, 부정맥 관리, 심혈관 위험도 평가와 예방 전략 등에서 두드러졌다.
먼저 목표 혈압조절에 있어, 2013년 가이드라인이 모든 환자에서 수축기혈압 140mmHg에 이완기혈압 85mmH 미만으로 가장 강력한 권고등급인 'Ia'로 권고한 것과 달리,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별 목표치를 다르게 잡았다.
일반적으로 내약성이 좋은 환자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잡은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에서는 수축기혈압 조절 범위를 130~139mmHg로 설정하고 이완기혈압을 80mmHg 미만으로 잡고 권고수준 Ia로 권고한 것이다.
다만,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나 당뇨병성 신장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는 약물치료에 따른 수축기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수준 'IIb' 수준으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당뇨병 전단계 환자들에서 혈압조절 용도로 RAAS 차단제를 베타 차단제나 이뇨제에 비해 우선 추천했다(근거수준 Ia). 또한 이들 RAAS 차단제에 칼슘통로억제제(CCB)나 티아지드, 이뇨제의 병용사용을 우선 권고했다.
▲변화1. 지질목표 세분화, 스타틴 불응 에제티미브 또는 PCSK9 우선 권고
지질 목표치 설정은, 2013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에서 LDL-C 목표치를 100mg/dL 미만으로 권고하고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보다 낮은 70mg/dL 미만으로 근거수준 'Ia'로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새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른 목표치를 엄격하게 설정한게 큰 차이점이다.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LDL-C 목표치를 100mg/dL 미만으로 권고하고,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는 70mg/dL 미만,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동반 환자에는 55mg/dL 미만까지로 강력하게 조절할 것을 근거수준 'Ia'로 수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 사용에도 불구하고 LDL-C가 목표치로 조절되지 않는 초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기존 스타틴에 비스타틴제제인 '에제티미브' 또는 'PCSK9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강력 추천했다(근거수준 Ia).
▲변화2. 저위험군 아스피린 일차 예방효과 비추천, DAPT 장기치료 새 권고
항혈소판 치료전략 분야에서는 아스피린의 일차 예방효과를 놓고 분명한 단서를 달았다.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 속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차 예방목적으로 아스피린의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특별한 금기사항이 없는 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및 고위험군에 속하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아스피린 1일 75~100mg의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권고수준 'IIb' 수준으로 추천한 것.
이외 위장관 출혈 고위험군에서는 아스피린 단독요법 및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또는 DOAC을 복용 중인 환자의 경우 '프로톤펌프억제제(PPI)'의 병용 사용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근거수준 Ia).
여기서 관건이었던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장기사용 전략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었다.
주요 출혈 합병증 없이 이중항혈소판요법에 좋은 내약성을 가진 초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사용기간을 12개월에서 3년 이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을 비교적 높은 등급인 근거수준 'IIa'로 업데이트했다.
▲변화3. 심혈관 혜택 앞세운 SGLT-2 및 GLP-1 옵션 강조 여전
또한 혈당강하제 사용에 있어서도 기존 1차약제인 메트포르민의 사용 권고 범위를, 심혈관질환이 없거나 중등도의 심혈관 위험을 가진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수준 'IIa'로 추천했다.
심혈관 혜택을 근거로한 SGLT-2 억제제와 GLP-1 작용제의 사용도 강력 권고됐다. SGLT-2 억제제 계열약에서는 '엠파글리플로진'을 비롯한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이 심혈관질환이나 심혈관 초고위험군 및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 근거수준 'Ia'로 우선 추천됐다.
GLP-1 작용제로는 '리라글루타이드' 및 '세마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에 동일한 처방 혜택을 인정했다. 심부전과 관련해서는, SGLT-2 억제제가 심부전 입원율을 줄이는 혜택을 인정해 근거수준 'Ia'로 우선 권고했다.
GLP-1 작용제와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과 '리나글립틴'의 경우 심부전 혜택이나 위험이 없는 중립적인 효과를 가진 약물로 언급하고 권고수준 'IIb'로 분류했다. DPP-4 억제제 '삭사글립틴'과 TZD 계열약인 '피오글리타존'과 '로시글리타존'의 경우 심부전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권고수준 'III'로 추가됐다.
▲변화4. DOAC 패러다임 전환 재확인, 신장 보호효과 SGLT-2 옵션 꼽아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DOAC 또는 NOAC)의 사용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도 명확해졌다.
2013년 비타민K 길항제와 DOAC의 사용을 동시에 추천한 상황에서,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비가트란' 및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에독사반' 등의 DOAC 선호도를 가장 강력한 권고등급인 'Ia'로 언급한 것이다.
이외 심혈관질환 진단 분야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이 의심되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심전도검사(ECG)의 사용을 강력 권고했고, 뒤이어 근거수준 'IIa'로 경동맥 또는 대퇴동맥 초음파검사를 혈전 진단검사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추가했다.
한편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말초동맥질환(PAD) 및 만성신장질환(CKD) 진단과 약물 관리전략에서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PAD 환자의 경우 당뇨병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아스피린100mg에 저용량 '리바록사반' 2.5mg을 하루 두 번 투약하는 병용요법을 권고수준 'IIa'로 새롭게 추천했다.
더불어 만성신장질환에서는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줄이는 치료제로 SGLT-2 억제제 옵션의 사용을 우선 권고했다(근거수준 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