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감염병 가이드라인, 고형암 등 면역저하자에 접종 강조 추세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 시행 환자, 치료 2주전vs항암 당일 접종 비교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을 시행 중인 국내 고형암 환자에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 시기를 평가한 국내 첫 연구 결과, 항암치료 당일 접종에도 안전성은 무방한 것으로 나왔다.
통상적으로 암 환자의 경우 침습성 폐렴구균 발병 가능성이 건강한 일반 성인에 비해 40배 이상 증가한다는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
주요 감염병학회 가이드라인에서 항암치료 2주 전 사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지만, 13가 백신의 경우에도 항암치료 당일 접종에 항체 생성률과 안전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최신 지견을 토대로 올해 대한백신학회 주관의 국내 성인 예방접종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도 건강한 성인보다 감염질환에 취약한 만성질환자를 비롯한 면역저하자, 암환자에서는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됐다.
국내 역학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해 예방접종이 필요한 대상군의 범위를 확대하고, 실제 임상에서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안을 단순화한 '성인예방접종 3판'의 주요 내용을 공개한 것.
이에 따르면, 폐렴구균 질환 감염 위험이 40~50배 높게 나타나는 암환자의 경우에는 국내를 비롯한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고형암으로 화학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에 감염될 위험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약 40~50배 높으며, 치사율은 30%에 달할 정도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 발표했다.
또한 암환자의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성 감염 발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고됐으며, 침습성 감염 질환자의 17~37%가 암환자 등 면역이 억제된 환자가 차지한 것이다(Lee et al. Trends in Invasive Pneumococcal Disease in Cancer Patients After the Introduction of 7-valent Pneumococcal Conjugate Vaccine).
실제 이러한 임상 근거를 반영해 미국 질병관리센터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The 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는 2012년부터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암환자 등 면역이 저하된 성인 환자에서 접종을 권고하는 추세다. 13가 단백접합 백신의 경우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생률을 약 75% 가량 낮춘다는 임상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최근 업데이트 된 2019년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서도, 암 환자의 경우 13가 백신을 우선 접종한 후 최소 8주 후 23가 백신을 1차 접종하고 5년 후 2차 접종하도록 추천했다.
국내의 경우엔 2014년 개정된 대한감염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 18세 이상 종양질환 환자의 경우 13가 백신 우선 접종 후 23가 백신을 접종하도록 안내하는 등 다방면에서 암 환자에서 폐렴구균백신 접종을 추천하는 상황.
다만 접종 시기와 관련해 미국감염병학회 2013 가이드라인(2013 IDSA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Vaccination of the Immunocompromised host)에서는 "사백신(불활성화 백신)의 경우 항암치료 2주 전 접종 권장되고 있다"는 정도의 제한적인 정보 밖에 없고,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2주 전 접종 스케쥴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문제점은 지적되고 있다.
암환자 접종 권고 추세, 13가 백신 최적 접종 시점 국내 결과는?
지난 7월9일 국제학술지인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는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 시행 중인 고형암 환자에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 시기와 관련한 최신 국내 연구가 실리며 주목을 받았다(doi:10.4143/crt.2019.189).
결과에 따르면, 항암제 투여 당일에 13가 백신을 접종해도 항암치료 2주 전 접종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종양내과 배우균 교수가 진행한 무작위 2상임상에는 총 92명의 환자가 등록됐다. 이들은 기존에 폐렴구균 백신을 투여받지 않은 위/대장암 환자들로 각각 대장암 77명, 위암 20명이었으며 기존 가이드라인(IDSA) 권고에 따라 2주 전 13가 백신 접종군과 항암 치료 당일 13가 백신 투여군으로 나누어 백신 접종의 시기를 비교 평가했다.
배 교수는 "해당 연구는 두 대조군 간 항체 형성률을 비교하고, 항암 투여 환자에서 13가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고형 암 환자에서 폐렴구균백신 최적의 접종 시기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보면, 무작위로 배정된 92명의 환자 중, 43명의 A군(항암요법 2주 전에 백신 접종) 환자들과 44명의 B군(항암요법 첫날에 백신 접종) 환자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 후 항체역가의 증가율을 비롯한 항체 방어 비율, 혈청전환 비율(백신 접종 후 항체역가 증가율이 4배 이상인 환자 비율)에 있어서 13가 백신의 혈청학적 반응은 두 연구군 간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 교수는 "두 대조군 간 항체 생성률과 안전성에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아, 항암 투여 당일에도 13가 백신의 투여가 가능하다고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가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을 시행중인 환자에서 13가 백신 투여에 따른 면역원성과 최적 접종 시점에 대해 국내 최초로 진행된 연구인 만큼, 실제 임상에서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향후 항암 투여한 환자에서 일회 투여한 후 항체 지속은 얼마나 되는지, 림프구감소증 HIV(lymphopenia HIV) 환자와 현 독성 항암제 투여 환자는 같은 면역 약화 상태(immunocompromised)인지 등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