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법 국회 토론회 "법이 대법원 판례에 갇혀 있다" 윤영호 교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쓰기 전방위적으로 확대해야"
임종기와 말기.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를 말한다.
의료현장은 말기와 임종기 환자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죽음을 앞둔 시간을 계산해 구분하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며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맹성규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입법적 개선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임종기 환자와 말기 환자는 죽음을 얼마나 남겼나 하는 시간적 차이를 나타내는 이론적 개념일 뿐이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라며 "개방적 입법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행 1년 6개월이 지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만 법 적용을 받는다. 말기 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대상이 아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임종기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여야 하고, 말기 환자는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김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원동력이 됐던 김할머니 사건을 봐도 대법원은 김 할머니가 사망에 임박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호흡기를 떼는 등 연명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했지만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떼고도 1년을 더 살았다"라며 "대법원의 접근성 오류가 연명의료결정법에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종기와 말기의 판단은 의학적인 부분이지만 아주 모호하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임종과 말기 구분도 모호하지만 말기와 일반 환자 구별도 모호하다. 즉, 사망이 임박해야 한다는 등 사망 시기를 염두에 두고 규율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은 자연사 과정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적 개입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연명의료 보류나 중단의 허용범위를 열 수 있는 개방적 입법 태도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의사 출신인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노태헌 부장판사 역시 김 교수의 입장에 동의하면서 "연명의료결정법이 대법원 판례에 갇혀 있다"며 "보다 폭넓게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 일선 병원에서 받고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는 심폐소생술 금지(DNR, Do Not Resuscitate) 서약서 사용에 대한 별도 규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노 판사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받는 게 연명치료인데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DNR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따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는 보라매병원 트라우마도 있고 해서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판단할 때 책임 문제가 걸려있어 보수적일 수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담당 의사가 병원 윤리위원회에 요청해 심의 받아 그 결과를 따르면 면책하는 제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 시행이 1년 반을 넘어가고 있지만 올해 5월 기준 20세 이상 성인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비율이 0.6%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볼 때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나 응급실 방문 환자에게 의료진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여부를 확인해 의무 기록에 남기고 없으면 설명해 (환자가 원할 시) 작성토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 환자에게도 받아야 하고 동사무소나 사회복지관 같은 등록기관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건강검진을 할 때도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결정토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