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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책임제 긍정 평가...컨트롤타워도 필요"

원종혁
발행날짜: 2019-09-23 05:35:55

대한치매학회 석승한 회장
"건강보험확대 등 좋은 결과는 환영...인프라 구축 이어가야"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20%, 혈관성 치매 예방도 관건"

"국내 치매 상황을 고려해보면 '의료'와 '복지'를 통합하는 시스템 구축이 결국 책임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2017년 9월 계획 발표 이후, 시행 2년째를 맞았다.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대한치매학회 석승한 회장(산본 원광대병원 신경과)은 "치매 관리에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 경감은 더없이 중요한 문제"라면서 "제도의 시행으로 그동안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웠던 치매진단검사의 보험 확대 적용, 중증 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 하향 조정 등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해야할 일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치매 질환의 특성상 지역 커뮤니티케어 국가사업과도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지자체, 보건의료법 등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이 따라와야 확실한 공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치매국가책임제를 들여다보면 '가족갈등, 가족해체 등의 고통, 치매치료 및 간병으로 인한 가계 부담, 돌봄 부담에 따른 실직, 정서적 고립을 줄여주는 치매 보호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치매 환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을 분담해 주는 종합 지원정책으로 정리된다.

여기서 일단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이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이다. 전국 보건소에 256개의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고 치매안심요양병원의 수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인 것. 다시말해 치매안심센터에서 조기 검진 상담, 환자 케어, 가족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중증의 경우는 의료기관이, 방문 및 시설 서비스는 장기요양시설에서 담당하는 형태다.

실제 이러한 관심도를 반영하듯 시군구별 치매안심센터 준공 소식이나, 지자체별 독거 노인 치매 스마트케어 사업부터 관련 프로젝트 계획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석 회장은 "지방자치단체별로도 놓인 상황이 첨예하게 다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지역마다 치매 환자의 유병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적 지원이나 간병 시스템, 돌봄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정도 확충돼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행정적인 문제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현재 의료쪽은 지역 보건소 등을 중심으로 하고 복지 분야는 관할 사회복지과나 노인복지과로 구분돼 있다"며 "지역사회 독거 노인이나 치매 노인 관련 지원 및 관리사업이 행정적으로 중첩돼 있다보니, 부서별 인사고과 문제 등 똑같은 일을 서로의 눈치를 봐가며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분위기"를 문제 중 하나로 지적한 것이다.

석 회장은 "행정적으로 중복된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의료와 복지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효율적이고 일원화된 시스템 구축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행인 것은 복지부내 또 다른 아젠다로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늘어가는 노인 환자 관리방안을 놓고 의료와 복지를 포괄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게 핵심 프레임"이라며 "이를 지역사회에 안착시키는 현실적인 방법론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계획 도입 이전부터 제기됐던 치매안심센터나 요양병원의 시설인력 수급 문제와 전문성, 트레이닝 이슈 등은 풀어야할 과제로 남겼다.

"경도인지장애 주목, 치매 2위 '혈관성' 여전히 예방전략 주효"

석승한 회장은 "치매안심센터 본연의 역할이 치매를 진단하는 것이 아닌 인지기능에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를 선별해내는데 맞춰져 있지만, 정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도 하다"면서 "65세 이상에서 치매 환자를 10% 정도로 추산하지만,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20% 내외로 보고 있다. 학회에서는 해당 환자군이 치매로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정상 인원과 치매 환자 사이에는 약간의 인지기능이 떨어진 경도인지장애군이 놓인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은 정상군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두 세배 높기에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혈관성 위험인자를 많이 가진 환자에서의 치매 예방 관리도 주요사안으로 꼽았다.

치매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60% 수준으로 뇌세포의 퇴화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는 경우다. 국내에서는 뇌의 혈액공급 문제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도 두 번재로 높다. 이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거나 흡연 및 과음을 자주하는 경우에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석 회장은 "지금은 치매 환자의 6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가 많지만, 이전에는 뇌졸중과 관련이 깊은 혈관성 치매가 더 높기도 했다. 뇌졸중과 치매는 떼려야 뗄수 없는 질환으로 동시에 예방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치매 유병에 40%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여전히 예방전략이 중요하다. 환자 조기발굴과 함께 예방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고 치매로 진행하는 환자들에 약물 및 비약물 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매학회도 지역사회 예방 관리에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 회장은 "학회차원에서도 정부의 자문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아젠다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조율해 나가야하는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학회장으로서도 지역단체에 산적한 문제에 스킨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매년 9월 21일은,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함께 제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의 날로, 우리나라에서도 '치매극복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석승한 회장은 치매와 뇌졸중 예방 분야 권위자로 원광대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 병원장 등 치매정책 수립에 자문 및 교육, 연구를 통해 치매극복에 기여해 왔다.

2007년 지역사회에서 치매예방 및 조기발견, 치매 고위험군과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기능 증진을 위해 안산시 뇌졸중과 치매 예방사업단장을 역임하면서 국제학술지에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공로로 작년 9월 치매극복의 날에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