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장에서도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 감염 관리에 문제 지적은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이러한 수치는 매년 환자수가 급증하는 다제내성균 관리 분야에 중요한 총알로 평가되는 신규 항생제의 접근성과, 감염 환자 격리실을 따로 갖춘 전국 요양병원의 저조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5일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이어진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치료가 어려운 슈퍼박테리아 CRE 등 감염 환자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격리실을 갖춘 요양병원은 전국 6% 수준으로 이마저도 찾지 못해 환자와 가족들은 관리 사각지대로 내몰린다"고 강력하게 지적했다.
못내 아쉬운 것은, 치료제 분야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은 '면역항암제'의 급여 문제와 제산제 '라니티닌'의 원료의약품 불순물 혼입 사건, 말기 폐암에 '개구충제' 유효성 이슈 등 대중들의 이목을 끌만한 굵직한 의료 현안들에 가려진채 올해도 그렇게 뭉터기 안건 중 하나로만 짤막하게 올려진 부분이었다.
간단한 감염 질환부터 외과적 수술까지, 광범위하게 처방이 이뤄지는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 실제 국내에서는 신규 항생제들의 국내 처방권 진입 지표가 늪에 비유되곤 한다.
매년 환자수가 급증하는 다제내성균 관리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총알로 평가되지만, 정작 내성의 또 다른 대응방안이 되는 항생제 신약의 국내 도입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 감염 문제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까지 지목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자"는 그늘에 가려진 채, 내성 환자 관리에 처방할 수 있는 선택지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것이다.
2018년말 기준 항생제 도입 절차가 빠른 미국의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시행한 이후 달바반신, 테디졸리드, 오리타반신, 세프톨로잔-타조박탐,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메로페넴-버보박탐 등 11개의 신규 항생제를 승인했다.
하지만 언급된 약물 가운데 국내 허가를 받은 제품은 2개 품목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국내 시장에서 허가 및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녹농균에 대한 카바페넴 내성률 2위, CRE나 VRSA 전수감시체계를 시행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도입이 지체되는 옵션들이 치료제 확보가 시급한 3대 슈퍼박테리아로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카바페넴 내성 및 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세균에 대안 옵션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이는 분명 다제내성균 관리방안 마련에 분주한 주요 선진국들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영국 및 프랑스,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다제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신약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험급여 정책개정을 논의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항생제는 급여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사용이 어렵고 급여기준이 제한되어 있거나, 의료기관 내 제한 항생제로 분류될 경우 처방접근성 자체가 제한되는 문제가 지적되는 이유다.
따라서 항생제의 오남용은 엄격하게 규제하면서도, 신규 옵션의 공급과 접근성 만큼은 충분히 확보하자는 국제적인 기조도 다시금 주목해봐야 한다.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는 한 철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슈가 아니다. 해묵은 이슈를 놓고 매년 문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명확한 관리방안에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 "항생제 내성 관리 문제는 서서히 환자의 목을 조르는 상황과도 같다"고 우려한 의료계 원로 교수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