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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권칼럼|전문직의 품위 이대로 좋을까?

이경권 변호사/의사
발행날짜: 2019-10-07 08:10:47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경권 대표 변호사/의사

이경권 변호사/의사
공무원을 징계할 때 가장 많이 적용되는 항목이 품위의무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서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는 영리 업무 및 겸직금지 또는 정치운동의 금지와 같은 개별 의무에 위반되지 않는 대부분의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음주운전이나 성희롱과 같은 사안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품위유지의무는 전문직의 경우에도 거의 동일하게 법령이나 자치법규에 규정되어 있다.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면서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나 변호사가 화면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나 의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문영역인 법률이나 의료영역을 벗어나 시사, 정치는 물론 예능에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더불어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방송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이 기존의 매체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팟캐스트, 유튜브 등의 등장으로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즉 출연할 수 있는 미디어의 종류가 크게 늘어나고, 오히려 자신이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다 보니 많은 전문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거나, 영업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출연을 막거나 제한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까지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옳을까? 변호사가 스포츠방송에 출연하고, 의사가 신변잡기를 다루는 예능방송에서 활동하는 것을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할까? 전문직이나 지식인의 엄숙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의료인이나 법조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환자나 의뢰인들을 상대로 성실히 진료하고 변론하여 쌓아놓은 전체 집단에 대한 신뢰를 일부 의사나 변호사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꼰대마인드일까?

자신의 개인 인지도를 높이거나 정치권에 입문하려 하거나 개인사업에 대한 홍보를 위해 활동하는 미디어 친화적 전문인들을 종종 보아왔다. 그들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인이 아니라 사실상 방송인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미디어에서 자기를 ‘방송인’으로 소개한다면 아무런 불만도 없다. 낮은 초기 인지도를 극복하고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전문직 자격을 내세운 것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대중의 그들에 대한 신뢰는 그들 자신만이 획득한 것이 아닌(자격은 개인이 획득하였을지라도) 해당 전문가 집단 전체가 오랜 세월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쌓아온 것인 만큼 그러한 신뢰에 흠집을 낼 수 있는 활동은 알아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무원과 같이 징계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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