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 단기개선 핵심인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억제와 가정의학과 등 일부 경증 중심 전문과의 피해 최소화 의지를 공표했다.
특히 일부 대학병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을 위한 진료과 신설을 고심 중에 있어 주목된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노홍인 실장은 23일 서울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에 포함된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의 종별가산율과 의료질평가지원금 미적용은 변함이 없다. 경증환자를 아예 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올바른 역할 정립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감기 등 경증환자의 종별가산율 0%(현 30%)와 의료질평가지원금 제외 등 강력한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단기대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42개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외래 환자 민원 사태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며 보완책을 촉구한 상태다.
이날 노홍인 실장은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제로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상급종합병원 초진 환자는 종별가산율 30%를 그대로 적용하고, 경증으로 확진됐을 경우 내원환자부터 종별가산율 0%와 의료질평가지원금 미적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종별가산율과 의료질평가지원금 비적용에 따른 손실을 중증환자 수가조정을 통해 충분히 손상한다는 입장이다.
노홍인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억제에 따른 가정의학과 등 경증 중심 일부 전문과의 우려도 공감했다.
그는 "가정의학과의 상급종합병원 외래 예외경로 개선방안은 검토하고 있으나, 교육수련 기능을 위해 가정의학과는 필요하다. 현재 경증 중심 전문과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주 80시간 시행 이후 급부상한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의지도 분명히 했다.
노홍인 실장은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시기를 못 박을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시범사업이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중요한 것은 입원전담전문의들의 갈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별도 트랙을 고민하고 있다"며 입원전담 진료과 신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 실장은 이어 "보건의료 정책에서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공의료 확충 그리고 제약 및 의료기기 등 보건산업 육성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분야"라고 보건의료 정책의 중점 추진방향을 명확히 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한의사협회와 청와대 유착 의혹과 김세연 보건복지위원장의 한의사협회 제보자 색출 중단과 복지부 조사 등도 간과할 수 없는 현안이다.
노홍인 실장은 "한의사협회의 내부 제보자 색출 문제는 복지부가 할 일이다.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최선의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한의과 첩약 급여화 관련 "지난주 첫 회의를 가졌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에도 포함되어 있고 첩약 급여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한의사와 한약사, 약사 등의 의견이 달라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며 직역 간 합의에 무게를 두었다.
의사협회와 약사회 등과 진행 중인 의-정, 약-정 협의체의 분명한 성과 의지를 피력했다.
노홍인 실장은 "의-정 협의는 10월 중 준비하고 있다. 국과장에게 보여주기 식 협상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에 중점을 둘 것을 지시했다. 많은 실무협의를 통해 정리된 의견과 성과가 도출됐을 때 전문언론에 브리핑할 것을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서 고충도 토로하며 건강정책실 신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민 건강 중요성과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보건의료정책실에 8개국이 있다. 4개국이 적합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정책실 신설이 맞다"면서 "타 부처와 비교해도 복지부처럼 한 실장이 8개국을 맡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임명된 노홍인 실장(행시 37회, 1960년생)은 "실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보여주기 식 정책보다 현안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정치권과 특정 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국민 중심 보건정책이라는 평소 지론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