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심장전문가들, 심부전 약물치료 SGLT-2 옵션 이점 공감 최동주 교수 "DAPA-HF, 당뇨병 동반 여부 상관 없이 개선효과 주목"
심혈관 보호효과를 앞세운 'SGLT-2 억제제'가 제2형 당뇨병약에 이어 심부전 치료 신약의 중심에도 놓일 전망이다.
국내외 심장전문가들은 "SGLT-2 옵션은 비당뇨병 환자에서도 충분히 이점을 가진 약물로,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기대가 크다"면서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출발했지만 충분히 심부전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다양한 임상적 근거들을 통해, 당뇨병학회 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의 심장학회에서도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유한 고위험군에서는 SGLT-2 억제제를 우선 사용하라는데 전문가 합의를 끝마친 상황이다.
최근들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들이 차기 심부전약으로의 변모를 공식화하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혈당을 비롯한 체중, 혈압조절 등의 부가혜택을 검증해가며 제2형 당뇨병약으로의 입지를 다진데 이어 기존 치료제들에 앞서는 심부전 개선 혜택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달 21일(현지시간)에는 미국FDA가 SGLT-2 계열 당뇨병 치료제 가운데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hHF) 감소 효과에 대한 적응증을 확대 승인하며 계열약 진입에 첫 포문을 열었다.
여기서 치료 혜택의 대상자로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나 다양한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고위험군이 잡혔는데, 이는 포시가가 앞서 발표한 대규모 심혈관 임상(CVOT)인 'DECLARE-TIMI 58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정됐다.
신규 심부전 치료제 경쟁 갈렸다? 'DAPA-HF'부터 'PARAGON-HF'까지
한 발 나아가, 올해 9월엔 포시가의 심부전 3상임상인 'DAPA-HF 연구'의 세부 결과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발표되며,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심부전 환자에서 까지 분명한 개선혜택을 제시했다.
기존처럼 당뇨병 동반여부에 상관없이, 심부전 적응증만을 따로 뽑아 적응증 확대 절차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당 3상임상과 'DELIVER 연구' 등을 근거로 심박출률이 감소(HFrEF)했거나 심박출률이 보존(HFpEF)된 성인 심부전 환자에서 심부전 악화 예방 또는 심혈관 사망 위험을 줄이는 개선효과로 FDA 신속심사 지정을 받은 상황이기도 하다.
먼저 DAPA-HF 연구의 경우, SGLT-2 억제제 계열약 처음으로 제2형 당뇨병 동반 여부에 상관없이 심박출률이 40% 이하로 감소한 심부전 환자(HFrEF)에서 유효성을 검증했다는게 주목할 대목이다.
그 결과,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10mg)는 주요 평가지표였던 심부전 악화와 심혈관 사망 발생을 모두 줄이는 뚜렷한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포시가 치료군에서는 심부전 악화 및 심혈관 사망 위험을 26%까지 뚜렷하게 줄인 것이다.
이 밖에도 일차 복합평가변수였던 심부전이 처음으로 악화되기까지의 위험을 30% 줄였으며, 심혈관에 따른 사망을 18% 감소시켰다. 하위분석 결과에서도 이러한 혜택이 일관되게 나타난 것은 강점으로 꼽힌다.
상황이 이렇듯,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개선효과에 기대감이 실리는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유럽심장학회에서는 포시가의 DAPA-HF 연구 외에도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발사르탄)'의 3상임상 'PARAGON-HF 연구'의 세부 결과가 함께 발표됐는데, 기대와 달리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HFpEF)' 환자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치료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엔트레스토는 심박출계수가 감소한 심부전(HFrEF) 환자에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HFpEF 적응증이 없는 상황에서 심박출률이 보존된 심부전 환자 4800여 명이 참여한 PARAGON-HF 연구에 이목이 쏠렸던 이유다.
결과를 보면, 평균 35개월동안 주요 평가지표였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과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을 개선하는데 '발사르탄' 단일제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P=0.06). 또한 심혈관 사망률과 심부전 입원율에도 차이가 없어 이렇다할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다.
우선 권고 옵션 가능성 충분 "국내 최초 심부전 백서 계획"
유럽심장학회에 참석한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동주 교수(대한심부전학회 회장)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ESC에는 기대를 모았던 엔트레스토와 포시가 임상이 같이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심혈관질환 분야 최신 임상세션(late breaking session) 발표에서 박수 갈채를 받는 일은 흔치가 않은데, 이번 DAPA-HF 연구 결과 때가 그랬다"며 "발표 이후 참석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센세이셔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먼저 심부전은 심박출률이 감소한 환자와 일정 수준 보존된 환자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엔트레스토의 경우 심박출률이 감소한 환자에서 개선효과를 검증하며 기대를 모았다"며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존 환자 대상 임상에 도전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있는 혜택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출발한 SGLT-2 억제제 포시가 DAPA-HF 연구의 경우, 시사점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 교수는 "해당 임상에 관전 포인트는, 개선효과가 당뇨병 여부에 상관없이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와 동반하지 않은 환자 모두에서 비슷한 개선혜택이 관찰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기전적으로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이 SGLT-2 억제제와 SCG 자극제 옵션이다. 추후 임상을 통해 심박출량 보존 환자에서도 어느정도 혜택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SGLT-2 억제제의 경우 심부전 동반 환자에 우선 권고 옵션으로 다양한 임상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 가능성에 상당한 기대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연말 국내 빅데이터를 활용한 학회 심부전 건강백서를 발간할 계획도 설명했다. 최 교수는 "보통 심장내과에 오는 환자 30~40%는 당뇨병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회 차원에서도 정확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등록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며 "그러한 결과물로 연말께 국내 최로로 심부전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라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내 심부전 환자 현황이나 관리방안에 실질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계열약 3종 "혈당 강하효과 가진 심부전약, 훗날 평가 바뀔 수 있어"
한편 포시가 외에도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들에서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심부전 개선 혜택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일단 심부전 환자에 보조 옵션으로 변모가 기대되는 계열약은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등 3종으로 심혈관 안전성과 혜택을 각기 검증받는 가운데 심부전 치료제로서의 활용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자디앙의 경우 심박출계수가 보존된 환자 대상 'EMPEROR-Preserved 연구'와 감소한 환자 대상 'EMPEROR-Reduced 연구' 등을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 최근 심부전 영역만을 따로 평가하는 'EMPEROR 연구' 및 'EMPERIAL 연구'를 근거로 FDA로부터 심부전 질환에 신속심사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자디앙의 랜드마크 임상인 EMPA-REG OUTCOME 연구의 심혈관 파트 저자로 참여한 미국 시더스 시나이병원 순환기내과 산자이 카울(Sanjay Kaul)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이 매우 어려웠던 심박출 계수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가 등장한다면 상당히 고무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SGLT-2 억제제가 혈당을 떨어뜨려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는 심부전 치료제였다는 것이 훗날 밝혀진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