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진료시간 단축 바람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 정책이 환경을 바꾸는 데 역할을 했지만 개원가에도 '삶의 질'에 초점을 둔 근무 형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6일 개원가에 따르면 평일과 주말 진료까지 더해 주6일은 기본으로 문을 열던 운영 형태를 과감히 포기하고 진료시간 단축 등의 방법으로 주5일 근무를 실천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개원 10년을 훌쩍 넘긴 서울 A정형외과 원장은 지난해 평일 진료시간을 한 시간 단축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휴진을 하기로 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환자에게 안내하고 직원 근무시간도 조정했다"며 "환자가 갑자기 줄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 쉰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 오히려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B내과 원장도 "매주 수요일 오전 진료만 한 지 몇 년 됐는데 처음에는 불안했다"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잘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올 환자는 결국 온다.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평일 중 하루 오전이나 오후 휴진을 하고 토요일 오전 진료만 하면서, 6시가 넘어서까지 진료하던 것까지 단축하며 주5일 운영 형태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즉,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의원 문을 열지만 문을 닫는 시간을 늘리는 형태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지난 2월 개원의 10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8%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진료시간을 단축했다고 답했다. 33%는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C가정의학과 원장도 "목요일 오후 휴진을 한 지 일년 됐는데 수입은 휴진 이전과 후에 별 차이가 없다"며 "다시 주6일 내내 일할 생각은 없다. 수입이 줄어든다고 해도 나부터 살고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아예 토요일 진료를 쉬어서 주5일을 맞추는 의원도 있었다.
개원 10년 차인 D가정의학과 원장은 "지난해부터 일요일은 물론 토요일 휴진을 했다. 일반 직장인처럼 평일에만 문을 여는 것"이라며 "환자 수나 매출액 감소는 거의 없었고 한주가 넉넉해진다"고 말했다.
노무 전문가는 평일 야간 진료에다 토요일 진료까지 더해 주6일 운영하던 개원가 분위기가 정부 정책 영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의원을 직접 운영해야 하는 당사자인 원장까지 주40시간 근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법무법인 유앤 임종호 노무사는 "최저임금이 오른 데다 연장근무를 하면 1.5배 가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에게 주40시간 근무 시간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직원도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주40시간 근무를 원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치과의원 쪽으로는 평일 하루를 아예 휴진하는 경우가 확산되는 분위기지만 의원은 아직 많지는 않다"면서도 "토요일 진료는 접기 어려우니 워라밸을 먼저 생각하는 원장이라면 평일 하루를 쉬는 선택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