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요시병원, 탈신체억제·욕창제로 선도 "환자중심 의료본질 고수" 고령환자 대상 병원 간 의료인력 경쟁심화 "시선을 돌리면 답 있다"
|기획|초고령사회 일본 요양재활병원 변화해야 생존한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2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 요양재활병원 3곳을 방문해 선진화된 의료의 성장 동력과 개선과제 등 일본 의료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이번 일본 취재는 한국만성기의료협회(회장 김덕진, 희연요양병원 이사장) 주최 전국 요양병원 관계자 34명이 참석한 제75차 일본병원 현지연수 동행으로 이뤄졌다. -편집자 주-
[1]욕창제로 환자중심 1인 병실화 아리요시병원
탄광촌 결핵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변신한 아리요시병원은 2018년 9월 한국만성기의료협회 주최 일본병원 현지연수에서 첫 방문한 곳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아리요시병원은 어떻게 변화됐을까.
산골 폐광지역에 위치한 아리요시병원은 과거 결핵병원에서 일본 최고 요양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일본 첫 입원환자 탈신체억제와 탈기저귀, 욕창제로를 선언하며 시기와 찬사를 동시에 받은 아리요시병원.
기자가 방문했을 때 아리요시병원은 리모델링과 증축 공사로 분주했다. 아리요시병원 의료진은 정문 앞에서 한국 방문단을 반갑게 맞았다. 환자중심 진료 시스템은 더욱 견고해졌다. 아리요시병원 정체성은 이념과 기본방침으로 압축된다.
"우리들은 고령자들이 안심하고 살아나갈 수 있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통용하는 의료와 케어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이념 하에 보다 ∆적은 부담 ∆보다 최적의 진료와 간호, 개호 서비스 제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 존중 ∆가족과의 연대 ∆지역과의 연대 등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핵심 이념은 동일하다. 지식 습득과 기술 향상 그리고 자기 연찬 3개항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 요양병원 역시 변화하고 학습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2002년 10월 전병동 1인실을 선언하며 안전사고 제로를 실현한 아리요시병원의 숨은 비기는 무엇일까.
아리요시병원 아리요시 병원장은 의료진들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왜 24시간 주사를 꽂고 있어야 하는가, 환자가 주사 바늘을 강제적으로 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봉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요시 병원장은 "환자별 생활 패턴을 면밀히 관찰해 주사를 아침과 저녁으로 구분하고, 환자들의 신경이 무딘 다리 부위에 주사해 이들의 고통과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환자 존중은 다른 게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시선을 바꾸고 실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리요시병원의 또 다른 강점은 고령 환자를 위한 양질의 영양 공급이다. 고령환자들의 치아 상황을 감안해 맛과 식감, 영양 등을 갖춘 소프트 식단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아리요시 병원장은 "노인환자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와 배변이다. 환자들이 마지막까지 입으로 맛있고 안전한 식사를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돈가스와 생선을 비롯한 소프트 음식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은 병원 노력에 감동하고, 보호자들은 이제 (소프트음식) 그만 주셔도 된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월 현재, 아리요시병원은 146병상(의료요양형 56병상, 개호 요양형 90병상)으로 140명이 입원 중이며 입원환자 평균 연령 86.5세, 평균 재원일수 88일(의료요양형 기준) 그리고 재택 복귀율 61%이다.
상근 중심 의사 4명과 간호사 26명, 준간호사 22명, 복지사 30명 등 보건의료인 근무.
아리요시병원 변화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탈신체억제와 욕창제로 선언 이후 일본 지역 많은 병원과 후생성(한국 보건복지부) 공무원까지 아리요시병원 견학이 이어졌다.
이중 후생성 공무원 한마디가 아리요시병원을 탈바꿈 시킨 계기를 만들었다.
아리요시 병원장은 "당시 견학온 공무원 중 '탈신체억제와 욕창제로화 말고 별게 없네'라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됐다. 병원장 입장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자성하게 됐다"면서 "환자존중과 환자케어라는 의료 본질을 기반으로 시선을 바꾸면서 해답이 보이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이 한 건물 내 가능한 일본은 고령 환자 대상 병원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후생성은 조속한 재택의료 복귀를 강조하며 과거 요양원 건립 국고보조 70%를 30%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 속도에 보험 재정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아리요시병원은 개호의료원 개념의 1일실 병상 증축 공사를 진행하며 위기를 정면 타개하는 모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령환자를 두고 병원 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의료인력 채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병원 중심 한국의 의료인력 쏠림과 다르지만 병원장의 고심은 동일하다.
아리요시 병원장은 "2교대인 간호사들의 퇴사율이 높아지고, 입사율은 저조하다. 후생성이 정한 요양병원 간호인력 법적기준을 맞추기 힘든 실정"이라면서 "타 병원에서 숙련된 간호사를 데려가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일본 요양병원 수가는 환자 중등도별 9단계로 나눠져 있다. 문제는 환자 질환군별 수가 갭이 크다. 요양병원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에 비해 선진 요양재활의료를 30년 앞서 실시한 일본은 보험료 인상의 더딘 속도로 환자 중심 양질의 요양병원만 생존하는 ‘정글의 법칙’으로 뒤바뀌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