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 환자 절반이 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대장선종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원장 이상도)은 23일 "소화기내과 변정식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경동맥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40세 이상 성인 4871명의 검진결과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죽상경화를 보인 사람의 50.1%에서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이 발견됐으며,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이 많았다.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모두 진단받은 환자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40대 5.9% △50대 12.5% △60대 이상 26.0%로, 나이가 들면서 두 질환이 함께 발병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성별에 따른 질환별 양상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남성은 36.9%가 동맥 혈관 내벽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 죽상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여성은 18.7%만 그에 해당됐다. 대장선종도 남성은 50.0%가 갖고 있는 반면, 여성은 32.1%에 그쳤다.
나이 들수록 혈관 내벽에 침전물이 쌓일 가능성이 높으며 남성인 경우 △고지방·고열량 섭취 △흡연 △음주 △운동부족 등 혈관과 장 건강에 안 좋은 생활습관을 여성보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죽상경화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동맥 혈관 벽에 침착되면서 혈관 안쪽 벽이 점점 두꺼워지고 통로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에서 혈관 내벽(내중막) 두께가 1mm 이상이거나,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이 뭉친 덩어리인 죽상경화반이 발견되면 죽상경화로 진단된다.
연구에서 경동맥 내벽 두께가 1mm 이상인 사람 중 50.1%가 대장선종을 갖고 있던 반면 두께 1mm 이하의 정상 그룹에서는 대장선종이 발견된 비율이 37.8%에 그치면서, 죽상경화와 대장선종 발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특히 대장암 진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는 고위험선종도 혈관 내벽이 두꺼운 죽상경화 환자에서 더 많이 발견됐다. 경동맥 내벽 두께가 1mm 이상일 때 고위험선종 발생률은 15.2%로, 정상인(8.8%)보다 약 1.7배 높았다.
죽상경화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인 죽상경화반의 존재도 대장선종 발생과 상당한 관련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로 인해 혈관 통로가 좁아져 있다는 소견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장선종도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은 복통, 설사, 변비, 혈변 등과 같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놓치기 쉬운데, 이를 조기 발견해 내시경으로 절제하면 대장암 예방이 가능하다.
변정식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연령 남성일수록 죽상경화와 대장선종을 함께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건강검진 때 혈관초음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같이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변정식 교수는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자주 섭취하고 음주와 흡연을 심하게 하는 습관은 죽상경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면서 장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라면서 "염분과 칼로리는 적고 식이섬유는 풍부한 식사를 하고 금연과 금주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소화기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인 '다이제스티브 디지즈 앤 사이언스'(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 최근호에 게재돼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