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병원의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인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대병원 인턴 정원 180명 중 110명이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만족하는 필수 진료과목을 이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110명의 인턴 정원 감축과, 100만 원의 과징금을 의결했다. 이 배경에는 2017년도 이대목동병원에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에 대한 과징금 및 인턴 정원 감축 조치가 배경이 됐다고 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수평위의 중론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처분의 대상이 적절하지 않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처분 대상은 병원과 전공의, 두 주체에 대해서 이뤄진다. 병원에게는 전공의 정원 감축과 과징금, 해당 전공의에게는 미이수 과목에 대한 재이수가 해당된다. 하지만 전공의 정원 감축은 병원에 국한된 처분이 아니다.
전공의법이 실시됐지만 아직도 인턴들의 생활은 지옥에 가까울 정도로 이미 업무 과포화상태이다. 이런 상황에 인턴 정원을 30% 가까이 감축한다면(3년간 나누어 감축시), 총 업무량은 같은 상태로 산술적으로 일 년에 1만5000여 시간을 남은 전공의들이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 이는 남은 전공의의 삶을 전혀 고려치 않은 처분이다.
수련병원이 자체적인 편의를 위해 상세히 고려치 못한 커리큘럼을 제작해 만들어진 작금의 사태에 의해 피해 전공의를 비롯한 모든 전공의가 피해를 받아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선례로 들어지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처분이다. 전체 39명의 정원에서 9명을 감축시키는 사안과 180명의 정원 중 110명을 감축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료기관이 받는 타격이 양과 질적인 부분 모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많은 중환들이 모이는 핵심 의료기관의 전공의가 20%씩 3년간 감축됐을 때 발생하는 업무과포화가 국민건강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병원의 크기와 관계없이 환자들에게 제공돼야 하는 의료기관에 터무니없이 큰 비율의 전공의 감축이 옳은 처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는 상당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즉,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예방과 제재가 가지는 이익을 좇다가 자칫 국민건강 시스템의 중요 부분을 담당하는 의료시스템의 훼손이라는 더 큰 피해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대목동병원 사태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에 대한 필수과목 이수 지도/감독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사전에 수련병원 측에 전공의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병원에서 인턴은 피용자로서의 성질과 동시에 피교육자로서의 지위도 함께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병원을 신뢰하고 1년의 시간을 온전히 병원의 커리큘럼에 따라 수련 받게 된다.
본 징계는 전공의의 적합한 의사 표현에 대한 당위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해석되며, 신뢰 주체에 대한 대응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대해 전공의는 피해자이며, 행정조치의 의미에만 주목해 그 이면에 있는 실질적 제재 대상을 놓치고 있을 뿐 아니라, 병원과 전공의 사이 신뢰관계까지도 훼손하고 있다.
절대 수련병원의 무책임한 인턴 수련 일정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병원들의 잘못으로 전공의와 무고한 국민들이 받을 피해를 고려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전공의는 수많은 의대생의 미래이자 의학 교육의 연장선이다. 의과대학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배웠다면, 의사로서 환자를 마주하고 실제 의료서비스를 행함과 동시에 임상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는 의학의 꽃으로 불리는 과정이다.
병원의 체계와 커리큘럼을 신뢰할 수 있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선배님들이 피해자가 되지 않는 사회, 안전하게 전문의로 거듭나 비로소 의학의 전문가로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