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변호사 "직접 대처보다 공권력 기다리는 것이 현명" 공무원 신분상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될 수 있어...경찰 이용
산간지역의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가 고민하는 해묵은 문제 중 하나는 환자의 폭언과 폭행 등 악성민원이다.
공보의 근무지 특성상 폐쇄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맞닥뜨리는 의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린나이로 인해 얕잡아 보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호방안이 부족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은)는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는 지난 26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열린 '2019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악성 민원에 대한 법적대처'를 주제로 발표한 이재희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재 대표)가 강조한 점은 자구행위에 대해 열려있지 않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가급적 직접적인 대처보다 공권력의 도움을 우선시 해야된다는 점.
이재희 변호사는 "공보의가 공무원 신분으로 악성민원에 대해 대처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깝지만 우리 법이 스스로를 구하는 자구행위에 대해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으로서 공권력 집행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제외하고 먼저 대응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공보의가 겪을 수 있는 민원은 ▲응급의료방해 ▲명예훼손‧업무방해‧모욕 ▲폭행‧상해‧협박‧공무집행방해 ▲무고 ▲주취자‧정신이상자‧자살시도자 ▲뇌물공여‧리베이트 등이다.
이중 응급의료방해의 경우 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빠르고 확실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악성민원의 경우 상황에 따른 대처가 필요하다.
가령 주취자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당신을 죽여 버리겠다'라고 하는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 시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나를 치료안해주면 '죽어버리겠다'고 하면 협박이 아닌 경찰에 주취자가 자살시도를 하니 경찰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신고를 해야 하는 식이다.
특히, 이 변호사는 가능하면 모든 상황에서 경찰 등 공권력을 이용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보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공무원신분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가 되면 징계이외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전면에 나서 사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피하거나 경찰을 부르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근무지 특성상 시골인 경우 경찰서에서도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경우 많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경찰에게 처리를 맡기는 방식이 악성민원의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이러한 악성민원 대응 과정에서 자기방어를 위한 녹음이 효율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를 위해 몰래 녹음을 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자기방어를 위해 상황발생 당시 녹음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며 "자기방어를 위한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않은 대화자간 통화자 간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상시적인 녹음을 권하는 편이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악성민원을 당할 시 무조건적인 법적대응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상황에 따라서 중립을 취하는 법의 특성상 법적수단은 시간은 오래 걸리고 도움이 안 될 수 도 있다"며 "공권력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흉기난동의 경우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 법적수단을 강구하지만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악성민원을 피하는 것이 최상책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