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안건으로 29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 총회는 집행부의 '방어' 성공으로 끝났다.
불신임도 되지 않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불신임은 불가능할지라도 비대위는 구성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빗나갔다.
임총 현장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의 불신임이 필요하다며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 숫자는 82명. 처음 불신임이 필요하다며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하다고 동의서를 '기꺼이' 던진 대의원 숫자보다 딱 한 명 더 많은 수준에 불과했다.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은 더 지지를 받지 못했다. 투표에 참여한 202명 중 절반에도 한참 모자란 62명만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위기를 모면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집행부는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 대의원들이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힘을 실어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자만 해선 안된다는 신호는 임총 시기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연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인데다 불신임안 상정부터 임총 소집 공고까지 급작스럽게 진행됐음에도 204명이 참석했다. 재적대의원 239명 중 85%가 넘는 대의원이 참석했다. 불참자는 단 35명이었다.
그만큼 의사 회원의 뜻을 대신할 대의원은 현재 의협 집행부의 회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회장 불신임에 찬성표를 던진 대의원 숫자(82표)가 비대위 구성 찬성표(62표)보다 더 많다는 것도 집행부는 곱씹어 봐야 한다.
실제 기자와 통화한 다수의 대의원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 임총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so what?"이라고 되물음이 따라돌아왔다. 불신임한다고, 비대위를 만든다고 해서 현재 집행부의 답답한 회무가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원활해질거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즉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굳이' 집행부를 바꾸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최대집 집행부는 대의원의 뜻을 읽었을까. 임총에 앞선 최 회장의 인사말에서 "비록 모든 대의원의 뜻은 아닐지라도"라는 불필요한 말을 넣은 것으로 봐서는 남은 1년 4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명심해야 할 점은 집행부가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도 불신임을 묻는 임총은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4월 정기대의원총회 전까지도 불신임 임총 위험(?)은 언제든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