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여성암 '진단 대부분 3기 이후, 재발 문제도 잦아' 인제의대 지용일 교수 "치료 차수에 따른 약제 선택 주목"
유독 재발이 잦은 난소암 치료 분야에는, 환자 상태와 약물 접근성 등을 고려한 항암전략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3대 여성암 가운데 하나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지만, 난소암은 암이 진행되기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데다 효과적인 검진법마저 확립되지 않아 통상 환자 2명 중 1명꼴로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 이후에 발견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3기 이상의 환자에 80% 수준에서도, 평균 15개월 전후로 재발을 경험하는 만큼 질환의 예후가 좋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라는 꼬릿말도 떼질 못하고 있다.
최근 메디칼타임즈는 대한부인종양학회 부인암예방의원으로 활동하는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지용일 교수(암통합진료 부인암 팀장)를 만났다.
지 교수는 "난소암은 2000년대 초반까지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섞는 항암화학요법이 표준요법으로 치료제 발전이 더딘 암종 분야"였다며 "2013년 이후 최초 표적항암제가 처방권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BRCA 변이 발생 환자 10% 수준" 치료 차수별 약물 선택지 주목
난소암의 치료 단계는 일반적으로 1차 치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는 '백금계 저항성', 6개월 이후 재발한 환자는 '백금계 감수성'으로 분류하여 각기 특성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여기서 난소암 치료 영역에 첫 등장한 표적 항암제 '아바스틴'은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1차부터 3차까지 다양한 차수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즉, 어느 치료 차수에 아바스틴을 사용할지를 먼저 결정하고, 추가적으로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신규 'PARP 억제제'의 사용을 고민하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지용일 교수는 "난소암 환자의 80~90%에서 BRCA 변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난소암 치료에서는 아바스틴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BRCA 변이가 발생한 약 10%의 환자에서는 아바스틴과 또 다른 치료 옵션을 어떤 순서로 사용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최근 'NCCN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답이 나와있다. PARP 억제제 중 하나인 '올라파립'은 3차 이상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아바스틴은 우선 권고 옵션으로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3차나 4차 치료에서는 최근 등장한 '니라파립'이 사용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니라파립은 현재 2차 이상의 백금기반요법에 반응한 환자 중 BR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적용되는데, 상동재조합결핍(Homologo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 환자에서도 사용될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아직까지 어느 차수에 쓰면 좋을지 논의 중인 상황이다. 키트루다는 PD-L1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데, 난소암에서는 PD-L1에 반응하는 환자가 많지 않고 실제 처방에서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바스틴 처방차수 고려한 수술 전략, "합병증 없으면 지속 처방 가능"
이와 관련해 난소암 치료 분야에 아바스틴은, 2018년 5월부터 백금계 감수성 재발 환자에까지 급여 범위가 확대됐다. 그동안의 처방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진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혜택을 이렇게 정리했다.
무엇보다 난소암의 경우, 첫 표적 옵션이었던 아바스틴이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항암치료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과거 수술을 통해 완전관해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면, 최근엔 아바스틴 처방 차수를 고려한 수술 전략을 세운다는 것.
지 교수는 "아바스틴이 난소암 치료 옵션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1차 치료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재발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의 1차 치료와 백금계 감수성 환자의 2차 치료에서도 급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급여권 가이드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 결과들을 보면 항암화학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이 매우 개선됐으며, 환자들에서도 세포 독성에 따른 추가적인 이상반응이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며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아바스틴의 강점"으로 꼽았다.
지 교수는 "환자들에게 아바스틴을 설명할 때 '암세포가 지나가는 길을 부숴버리는 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암세포는 혈관을 따라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데, 아바스틴은 신생혈관생성을 차단하는 혁신적인 기전으로 인해 암세포의 전이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라파립 등 난소암 신약이 출시되면서 치료 옵션이 증가했기 때문에, 앞 치료 차수에서 아바스틴을 사용하고, 이후에 니라파립 등을 통해서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40~50대 비교적 젊은 여성서 발생률 증가세, 심각한 문제"
Q. 국내 난소암 유병률은 어떠한가?
-2016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난소암 환자는 10만명 당 2,630명으로, 2010년 2,055명 대비 28% 증가했다. 과거에는 자궁경부암 환자가 많았지만 검진율이 높아지면서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환자 연령대도 젊어지고 있다. 배란 횟수가 난소암 유병률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초경 연령이 빨라지고 늦은 결혼, 적은 출산 등 사회적인 요인으로 인해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소암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고령 환자가 아닌, 최근 40~50대의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Q. 재발률과 관련, 가장 효과적인 치료 전략은 무엇인가?
-3~4기 환자에서 수술 및 항암치료를 진행한 이후 보통 15개월에서 20개월안에 대부분 재발한다. 재발 시점에 따라 6개월 이전의 경우 백금계 저항성, 6개월 이후의 경우 백금계 감수성 환자로 구분한다.
임상을 통해 확인된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치료 차수에서 어떤 약제를 처방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을 치료 전에 미리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수술을 진행할 때부터 환자 특성에 대해 파악하고 이에 따른 치료법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최근 등장하는 PARP 억제제들은 HRD 양성 환자에서 치료 혜택이 크게 나타난다. 향후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처방 지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독소루비신 계열의 주사제에 기대가 컸지만, 아무래도 3, 4차 치료에서 처방되다 보니 기대한 바 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치료 혜택이 좋은 약제일수록 앞선 치료 차수에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난소암은 처음 수술 이후 1차 치료 시 무진행생존기간이 평균 18개월 정도 나온다. 그러나 다음 치료가 진행될 수록 그 기간은 짧아져, 결국 3차 치료에서는 백금계 감수성 환자보다 백금계 저항성 환자가 더 많아지게 된다.
즉,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다면 2차 치료까지는 효과가 좋은 약을 우선 사용해야 한다. 난소암은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을 다 처방한 이후에 그 다음 약을 고민하는 개념은 아니다. 재발이 잦기 때문에 환자 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미리 치료 전략을 수립한 후 치료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