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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인공심장판막 세계의료기기 시장 누빈다

정희석
발행날짜: 2020-01-16 05:45:54

태웅메디칼, 스텐트 이어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상용화
신경민 대표 "건강보험 재정 절감·환자 치료기회 확대 기여"

신경민 태웅메디칼 대표이사
국내 의료기기제조사에게 치료재료시장은 불모지와 다름없다.

인체에 이식돼 높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치료재료는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운 다국적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

설령 국내사가 치료재료를 개발해도 이미 다국적기업 제품에 익숙한 의사들로부터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고부가가치 3·4등급 의료기기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 제조사가 많지 않을뿐더러 치료재료 국산화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현실에서 2017년 벌어진 소아심장 인공혈관과 같은 치료재료 공급 차질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치료재료 스텐트에 이어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개발에 성공한 국내 의료기기제조사 ‘태웅메디칼’(대표이사 신경민)은 치료재료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국적기업 치료재료를 왜 국산화하지 못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신경민 대표이사가 치료재료 국산화에 뛰어든 이유다.

과거 다국적기업 한국지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던 신 대표는 치료재료 수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가의 수입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한국 의료기기시장 현실과 마주했다.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은 치료재료 국산화를 위한 창업 의지로 이어져 1991년 태웅메디칼을 설립했다.

태웅메디칼은 오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담도·식도·십이지장·대장 등 소화기 및 비뇨기과용 스텐트 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구축했다.

태웅메디칼 소화기용 스텐트는 일본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신경민 대표는 “제품을 개발해도 정작 의사들이 국산 치료재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사용을 해주지 않는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환기했다.

그러면서 “다국적기업 제품과 비슷하게 흉내만 내서는 결코 그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제품 기능을 개선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워 의사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태웅메디칼의 제품 경쟁력은 국내외 의사들과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약 60개국을 돌아다니는 해외 영업부 직원들은 특히 일본·유럽 의사들로부터 제안받은 스텐트 아이디어를 회사 개발부에 직접 전달하고 제품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다국적기업들은 사용자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태웅메디칼의 경우 고객 의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품화 기간을 최대한 앞당겨 신뢰를 쌓는 전략을 선택했다.

신 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60개국에 해외 영업 사원들이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외국 의사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불만을 말했지만 곧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유럽 의사들은 우리와 신뢰가 쌓이면서 자신들의 사용상 경험과 개선점을 알려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많은 제품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개발한 스텐트는 기능은 물론 사용 편의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미국 유럽 중남미 등 약 7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태웅메디칼은 특히 매년 100억원 이상 매출로 전체 총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제품 인허가 획득이 까다로운 선진국시장 일본에서 태웅메디칼 소화기용 스텐트는 시장점유율 1위를 점유하고 있다.

태웅메디칼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PULSTA'
그는 “품질을 엄격하게 따지는 일본 의료기기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태웅메디칼 소화기용 스텐트가 유일할 것”이라며 “일본 대리점과 2000년도부터 함께 일해 오면서 제품 품질 기준과 규격을 일본에 맞춰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일본 규격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업그레이드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CE·FDA 인증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며 “지금도 일본 파트너사가 매년 한국을 방문해 까다로운 품질 교육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웅메디칼은 스텐트에 이어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해 치료재료 국산화의 또 다른 이정표를 수립했다.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은 앞서 서울대병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2003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복지부 지원을 받아 ‘임상적용을 위한 심혈관계 이종생체조직의 개발 및 기반 구축’ 과제를 진행하면서 제품화 단초를 마련했다.

스텐트 제조기술을 보유한 태웅메디칼은 해당 과제에 2009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참여기업으로 합류했다.

이후 돼지에서 발췌한 생체재료로 인공판막을 제조하는 ‘이종조직 화학처리에 대한 기술’을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이전받아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PULSTA’를 상용화했다.

PULSTA는 2018년 10월 1일 식약처로부터 생체재질 인공심장판막(희소의료기기) 허가에 이어 지난해 8월 20일 직경 30㎜·32㎜ 제품이 추가됐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대병원(3건) 부천세종병원(4건) 신촌세브란스병원(1건)에서 환자 대상 시술이 이뤄졌다.

태웅메디칼에 따르면, PULSTA는 다양한 판막 사이즈를 보유해 환자의 적용 폭이 넓고 유연한 딜러버리 시스템으로 의사들의 시술 편의성이 높아 짧은 시술 시간으로 환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더불어 자가확장형으로 풍선(balloon) 사용을 하지 않아 안전하고 시술 절차 또한 간소하며 기존 제품에 적용하는 레이저 컷이 아닌 사람 손으로 직접 와이어를 꼬아 만든 스텐트 구조를 사용해 스텐트 골절(stent fracture) 위험이 낮다.

신경민 대표는 “2016년 2월 PULSTA 시술을 받은 첫 환자는 현재까지 처음과 동일한 판막 성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또 타사 제품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스텐트 파손 및 이동 문제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덧붙여 “PULSTA 시술은 흉부를 개복하지 않고 허벅지 쪽으로 인공심장판막을 삽입·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심장병 환자들의 수술부담과 재수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의들 역시 PULSTA에 대해 추가적인 풍선을 사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환자 적용 폭이 넓을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이 우수하고 시술 시간이 짧아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태웅메디칼은 PULSTA가 2018년 식약처 허가 이후 직경 30㎜·32㎜ 제품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환자 시술이 이뤄진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시술케이스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한국 식약처 인허가로 제품 판매가 가능해 4건의 시술이 이뤄진 대만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외국 의사들의 PULSTA 시술 트레이닝 코스를 서울대병원에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CE 인증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6개국·11개 의료기관·총 58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신경민 태웅메디칼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5일 서울대병원 2건을 비롯해 유럽 임상시험도 시작됐다”며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세종병원과 함께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터키 등 총 58건의 임상시험을 올해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1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라 파즈병원(La Paz Hospital)에서 첫 시술 2건을 완료했다”며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면 CE 인증을 진행하고 이후 일본 후생성·미국 FDA 인허가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했다”며 “국내 의료기기제조사로서 치료재료 국산화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고가의 수입제품에 의존하는 치료재료 국산화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