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환자 기준 넓게 잡아, 호흡기 및 혈청 등 검체 진단툴도 확대 MERS 및 SARS 사태와 비교 "치사율 3% 수준 낮을 것" 예상
글로벌 보건당국들이 '우한 폐렴' 사태에 공격적인 대응방안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 기준을 새롭게 정의내리는 동시에 진단에 필요한 검체 채취를 혈청 및 상·하부 호흡기로 넓게 잡은 것이다.
더불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을 3%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차 감염을 막기위해서라도 밀접 접촉자 등에서는 격리와 광범위한 진단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그대로 견지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불거진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중간 분석 결과 및 임상 가이드라인을 홈페이지에 각각 공개하면서 의심환자 모니터링 방안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clinical-criteria.html).
여기서 핵심은, 의심 환자 기준(Patients Under Investigation, 이하 PUI)을 기존 '후베이성 우한시 방문자 가운데 폐렴 또는 폐렴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에서 '후베이성을 다녀온 후 최근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 변경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CDC 가이드라인에서는 작년말 공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2019-nCoV infection)' 관리 지침 가운데 검체 채취의 중요성 부분을 강조했다.
검체 채취 부위를 늘린 것이 특징인데, 의심 환자에서 총 세 군데의 검체 검사를 권고했다. 하부 호흡기, 상부 호흡기(비인두 면봉 검체 채취), 혈청 샘플링을 지목한 것. 여기에 대·소변의 경우도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도록 추천했다.
무엇보다 의심 환자의 검체 채취는 '증상 발생 시기에 관계없이' 가능한 신속히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지금껏 의심 환자들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된 증상으로는 기침과 짧은 호흡, 호흡 장애를 비롯한 일부 설사와 구토, 위장관계 이상증세가 관찰됐다. 중증 소견으로는 폐렴과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신부전, 사망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로 예측했다.
밀접 접촉자 "2미터 거리 정의" 열 없는 의심 환자에도 진단 관리 강조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 주요 의심 증상으로 거론되는 원인 미상의 '열' 발생 문제이다.
CDC가 내놓은 최신 입장을 살펴보면, 확진 환자의 일부에서는 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매우 젊은 연령대이거나 혹은 고령자, 면역저하자, 특정 해열제를 복용 중인 인원에서는 열 증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따라서 환자를 마주하는 의료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열 소견이 없는 환자에도 검체 진단 검사를 시행해야만 한다는 의견을 달았다.
더불어 이차감염 예방에 있어 사람간 '밀접 접촉(Close contact)'이란 의미도 분명히 정의내렸다.
이에 따르면, 감염자와 약 '2미터 정도'의 거리에 있었거나 밀폐된 공간과 지역에 N95 마스크와 장갑, 가운, 고글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함께 머문 경우, 병원의 환자 대기장소 등도 밀착 접촉 지역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직접 접촉(direct contact)'이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의 감염된 분비물을 개인용 보호장구 착용없이 직접적으로 접촉한 사례"가 해당됐다.
WHO에서도 23일을 기점으로 글로벌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여기엔 여행 제한 및 무역 제제 조치가 일부 포함됐다. 이어 27일 현지시간 중간 분석 집계 결과를 업데이트하면서, 이차 감염 전파를 막고 진단기기 및 치료제(약물 및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수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행동지침의 첫 단계로는, 전 세계 보건의료 전문가들과의 공조를 꼽고 의심 환자 및 접촉 인원들의 경우 지역 거점 병원을 통한 진단 검사와 환자 트랙킹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팀을 만들고 여기엔 대규모 간호인력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단체에서도 의심 환자의 진단 관리 기준에는 같은 의견을 내놓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유증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나, 2주 이내에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의 다른 지역을 다녀온 환자의 경우는 현재 흉부 방사선촬영을 통해 폐렴이 확진되어야 검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렴 진단은 한 번의 흉부촬영만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혈액검사나 객담검사와 같은 보조적인 다른 검사 결과들도 참고해야 하며 흉부촬영을 하더라도 폐렴 의심 소견은 경우에 따라 심부전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필요하다"면서 "한 번의 검사만으로 확진이 어려울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일정기간을 두고 재방문, 추적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영상의학적 폐렴 진단으로 기준을 확정한 것은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적용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중국 방문력과 폐렴을 의심할 수 있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후베이성 방문자와 동일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기준에 대해서 다음 판에서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시고 의료계 의견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사율 어느정도? 'MERS 40%' 'SARS 10%'…우한 사태 3% 예상
한편 WHO는 중증 감염자들 대부분이 40세 이상 환자들로 남성에 보다 편향돼 있다는 집계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주로 가족 구성원, 병원 의료진, 밀접 접촉자들이었으며 감염자들과의 '호흡기 비말(droplets)' 전파 경로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앞선 인수공통감염 사태보다는 낮게 평가내리고 있다는 대목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경우가 약 40%, 중증급성호흡증후군(SARS) 10% 수준의 치사율을 보고한 것과 비교해 3% 정도로 낮게 예상한 것.
이에 대해 WHO는 "2003년에 대유행한 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과에 속한 SARS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감염병으로 발열, 두통, 관절통 등에 이어 기침, 호흡곤란, 설사 등이 나타나며 치사율은 약 11%로 보고됐다"면서 "당시엔 SARS 사태가 터진 첫 째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진단 시퀀싱 검사법이 없었다. 이번 우한 바이러스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진단 관리가 가능하다는게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SARS 사태에서도 겪었듯이 무증상 환자로 인한 전파 사례는 곱씹어봐야 한다. 이로 인해 추가적인 감염이 200여 건이 있었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보건인력이었다는 점"이라며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치료제 개발과 관리에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