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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환자에 항혈전제·마약성 진통제 병용 안전성 재점화

원종혁
발행날짜: 2020-01-30 05:45:57

미국심장학회지 관찰연구 발표, 항혈전제+모르핀 사용 안전성 지적
ACS 환자 통증 관리 모르핀, 항혈전제 초기 병용 심근경색 등 증가

심혈관질환자들에 항혈전제와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을 함께 사용하는 것에 안전성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통상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들에는 급심한 가슴 통증 관리 전략으로 모르핀 사용이 권고되는 가운데,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과 모르핀을 함께 처방한 환자에서는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클로피도그렐의 흡수율이 저하되면서 심근경색이나 허혈성 심장 사건 발생이 유의하게 늘어나는 안전성 이슈가 지적된 것이다.

더욱이 해당 환자들에는 통증 관리와 함께 항혈전치료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 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안전성 문제를 지적한 클로피도그렐의 병용임상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1월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DOI: 10.1016/j.jacc.2019.11.035).

비ST분절 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non-ST-segment elevation ACS, 이하 NSTEAC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신 임상 분석 결과에서, 진통제 모르핀과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사용한 환자에서는 치료 초기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무엇보다 모르핀과 클로피도그렐을 병용한 NSTEACS 환자들에서는 치료 초기부터 심근경색 위험 증가가 포착됐다는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두 가지 약물을 함께 처방하는 것에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책임저자인 하버드의대 로버트 지우글리아노(Robert P. Giugliano) 교수(브리검여성병원)는 "이번 연구는 혈소판의 반응성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관찰연구라는 제한점은 있지만 두 개 약물에 상호작용에 강력한 임상근거를 시사한다"면서 "추가적으로 대규모 인원에서 잠재적인 교란변수를 고려해 다양한 통계학적 보정을 시행한 임상도 진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모르핀은, ACS 환자들에 급성 가슴통증을 관리하는데 오랜기간 권고돼온 대표적인 약물 옵션.

무작위대조군임상(RCT) 등을 통한 약물 안전성 평가가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지금껏 나온 글로벌 임상 가이드라인들에서도 모르핀의 사용 권고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인 것이다.

연구팀은 "일부 약동학적인 임상결과지들에서도 모르핀과 다른 오피오이드계 약제들은 클로피도그렐의 항혈전효과와 흡수율을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보고해왔다"면서 "때문에 다른 항혈전제 계열인 ADP 수용제 차단제들인 '프라수그렐'과 '티카그렐러' 등에서도 모르핀과 오피오이드계 약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병용 사용은 추천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 약동학적인 임상분석 결과들마저도 서로 반대되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어 여전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평가. 따라서 이번 임상에서는 항혈전제와 모르핀의 병용 사용에 대한 안전성을 따져보는데 초점을 잡았다.

"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 대체 약물 필요, 약물상호작용 관건"

'EARLY ACS 관찰연구'에 등록된 총 5438명 환자들은 이전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시행한 경험이 있었고 클로피도그렐 치료를 받았었다. 또한 이들의 11.3%는 치료 초기부터 모르핀을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클로피도그렐과 모르핀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군에서는 초치료 96시간째 시점에 허혈성 사건의 발생 위험이 40% 높아졌다. 더불어 치료 30일차에 사망 및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가 29%까지 증가하는 경향성이 관찰됐다.

특히, 비교군으로 잡혔던 모르핀 단독 사용 환자군에서는 허혈성 사건이나 사망 및 심근경색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로피도그렐 치료 없이 모르핀만을 사용한 3462명의 환자에서는 초치료 96시간째에 허혈성 사건 발생과 치료 30일차 사망 또는 심근경색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번 결과는 모르핀 사용 자체가 해롭다는 얘기가 아니다. NSTEACS 환자들에 통증 관리 전략상 효과적인 비마약성 진통제 옵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 가이드라인에도 이번 임상 결과는 고려할 수 있는 임상근거가 될 것"이라며 "모르핀을 대체할 수 있는 비마약성 진통제 옵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이슈를 놓고 항혈전제 병용임상은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무작위위약대조군 임상인 'PACIFY 연구'의 경우, 티카그렐러와 진통제 '펜타닐(fentanyl)'을 함께 쓴 PCI 시행 환자에서는 심근손상 경향이 늘어났다. 때문에 이러한 약물상호작용 이슈가 모든 오피오이드계열 진통제들에 계열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것이다.

추가적으로 예정된 'PERSEUS 연구'에서도 티카그렐러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펜타닐과 모르핀의 혈소판 반응성을 평가하는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NSTEACS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새로운 분석 연구들에서는, 모르핀 투약없이 항혈전제를 사용하는 것과 모르핀을 병용했을 때의 단기간 심장 허혈성 사건의 연관성 파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