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인터뷰]식품의약품안전처 왕소영·최현진 임상심사위원 임상해석할 수 있는 경험은 짜릿...임상심사위원 역할 만족
|메디칼타임즈=정은별 학생인턴기자| 당고개행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갈 때 항상 지나치기만 했던 정부과천청사역. 4일에는 처음으로 목적지로 삼아 역에서 내렸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따라 도착한 정부과천청사 고객안내센터. 공항 수속에서 하던 물품검사, X-ray 검색대를 통과하고 방문증을 발급받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친 후 4동으로 향했다.
의학을 전공하게 됐지만, 의과대학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임상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한번에 볼 수 있는 환자 수에 한계가 있는 임상의사보다는, 인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비교적 여유로운 예과 시간을 활용해, 입학 당시 관심이 있었던 연구와 관련해 의과학대학원 학부생 연구실 인턴, 글 쓰는 것을 즐겨 학생기자, 외국어 및 다양한 문화 교류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세계의대생연합 공중보건 상임위원회 활동 등을 해 왔다. 다양한 관심사를 진로로 연결할 수는 없을 지, 임상 외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임상 외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생기자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약회사나 식품안전의약처(이하 식약처)에 근무하는 의사가 있는지, 의사가 진출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삶을 알아본 후, 식약처에서는 의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평소 접하기 힘든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할 4동 6층 회의실로 향했다.
흰 가운을 입고, 질병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돌보던 최현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제 식약처 사무실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임상 시험 계획서들을 검토한다.
동행한 인턴기자와 번갈아 질문을 하며, 병원에서 식약처로 오기까지의 과정 등 질의서에 녹여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의 전반적 업무에 대한 질문에는 최 전문의와 함께 근무하는 왕소영 보건연구원의 설명을 들었다.
최 전문의는 소아청소년과 수련을 마친 후, 전임의를 하면서 임상 시험의 세계에 눈을 돌렸다. 임상 시험은 개발 중인 약을 실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안전한지,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이다.
최 전문의는 꾸준히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필요성을 느끼고, 근거 중심 의학의 여러 단계 중 메타분석(Meta Analysis)와 같은 상위 단계의 일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단순히 관찰(observation)하는 단계보다 실제로 증거를 만드는 임상 시험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전임의를 마치고 역학(epidemiology)을 공부하고, 병원에서 연구 및 임상시험 업무를 한 최 전문의는 왜 직접 연구를 하는 길 대신 연구를 검토하는 길로 방향을 튼 것일까.
"의약품 개발은 약리 독성 평가, 임상 연구 설계, 연구 진행, 데이터 처리 등 복합적 단계로 구성돼 있고, 혼자 할 수는 없는 부분"임을 강조한 최 전문의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실행(operation) 단계에 주력했으나 현재는 설계 및 기획을 검토하는 단계에 중점을 두고 있고, 각 단계가 동등하게 의미 있다"며 임상시험위원의 길을 걷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현재 최 전문의는 3년째 의약품심사부 임상심사위원으로 식약처에 몸담고 있다. 그가 우선순위로 삼는 것은 임상 시험의 피험자인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의약품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일이다.
풍부한 환자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데이터를 타 보건연구원들이 바라볼 수 없는 임상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는 "임상시험 참여 및 수행, 환자 진료, 최신 의약품 사용, 약 투여시 발생하는 부작용 등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임상시험계획서 및 결과서를 실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의사 출신 고유의 장점으로 꼽았다.
용법, 용량, 사용상 주의사항을 확정할 때 흩어져 있는 근거들을 조합하고 각종 임상 정보를 축약해서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의사로서의 강점이 빛날 수 있다. "임상시험계획서의 허가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필요한 자문을 제공하고, 결과 보고서의 데이터가 임상적으로 갖는 의미와 유용성을 해석하는 것 역시 임상 진료 경험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라는 설명이다.
최 전문의는 현재 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퇴근 후에도 환자 치료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병원에서의 삶과 달리, 유연근무제를 통해 육아 등 개인적 일정을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는 근무환경도 매력적이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담보할 수 있고 공무원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의약품 개발의 최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또 다른 장점"이라며 "다양하고 많은 임상시험계획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으며, 의약품 개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다"며 현재 업무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최 전문의는 "의약품 연구 및 치료 동향, 가이드라인 등의 업데이트를 곧바로 접할 수 있다"면서도 "의약품 개발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약물 정보, 임상 연구 설계 방법, 면역 등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필수"라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항암제, 세포 치료제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약품 고유의 특성, 가이드라인 등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량 설정 및 연구 설계 근거, 안전성 감시 항목이 충분한지 등을 판단해 임상시험의 설계부터 결과까지 안전성과 유효성, 위험성과 유용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의사 임상심사위원들이 식약처에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임상적 관점에서 규제기관의 업무를 수행해 보험 재정 등 정책적으로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임상심사위원으로 더 많은 동료 의사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