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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골든타임 놓친 정부…호미 대신 가래든 셈"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20-02-10 05:45:50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윤희 임상심사위원(의사)

전염병 관리에 여러 중요한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격리(isolation)라고 할 수 있다. 초기 격리에 실패할 때 결국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종식까지 많은 시간, 인력,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 사태에 대해 북한은 국가에 상관없이 모든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시켰는데, 이는 아예 국가 자체를 격리시킨 것으로서 내부 방역 및 의료시설이 미비한 북한으로서는 매우 잘 취한 조치이다. 북한이 취한 조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의 진원지인 중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약 40명대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감염지의 근원지로 추정되는 우한 수산물시장을 폐쇄했고, 감염이 해외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후베이성 봉쇄 조치를 내렸다.

초기 발생 41명의 환자들에 대한 관찰 연구 또한 Lancet에 신속하게 발표했고, 이 연구 발표에는 신종 코로나 확진 검사를 위한 정보도 포함돼 있어서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도 이 연구결과에 기초해 진단 키트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런 일련의 중국의 조치에 대해서 필자는 사실 많이 놀랐다. 중국의 의학 수준이 이 정도였던가?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이런 과감한 조치와 연구 발표가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정도의 조치는 우리나라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질환 집단발생에 대해 취한 조치보다도 빠르고 적절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내 방역 시스템과 의료시설의 과부하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후베이성 봉쇄를 1월23일 시행했으므로 2월 중순경이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그 효과는 각 국가와 지역의 감염병 방역 시스템이 어느 정도인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신종코로나 감염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이번 신종코로나 감염에 대해 초기 대응은 메르스 때와는 달리 질병관리본부가 어느 정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듯이 보였으나 이는 착각이었다. 점차 컨트롤 타워가 모호해져서 질병관리본부, 복지부, 외교부, 교육부, 청와대가 각각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무슨 콩가루 정부인가?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TF(task force)를 만들고, 언론 및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 큰 문제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정보 및 조치가 그 때 그 때 신속하게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데 처음 조치 그대로인 것이 많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쓰는 2월 6일 ktx 셔틀버스를 탔는데 여전히 중국 후베이성만을 강조하는 홍보 영상에 진심으로 안타까왔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변화에 대해 신속하게 유기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처음 한 방만 날리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재 신종 코로나 감염병은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이 거의 명백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증상이 발생한 후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격리를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방역 시스템만으로는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증상 발생 전, 병원에 오기 전 격리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상 발생 전 격리로서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금지, 제주도의 무사증 발급 중지, 그리고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자가 격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의 입국금지는 이미 후베이성이 봉쇄된 상태에서 그저 질문 확인만으로 금지시키는 것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고, 나머지 2개의 조치로는 무증상 위험자에 대한 격리가 충분하지 않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신속하게 신종코로나 감염 위험국가를 지정하고, 위험국으로부터의 외국인 입국금지, 내국인은 입국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국내 및 세계의 발생 추이를 보면서 순차적으로 해제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가격리에 대한 훈련을 받는 것이 다음 유사 사태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