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EMR 셧다운제로 전공의가 타인의 아이디를 빌려 처방기록을 입력할 경우 의료법 위반 우려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EMR 접속 차단으로 역학적 대응에 심각한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타인의 아이디로 처방을 내리는 상황에서 실제진료와의 차이로 역학조사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
대전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EMR 접속해제 권고하는 공문을 각 수련병원에 발송한 상태.
대전협의 지적과 복지부의 권고 공문이 이어진 상황에서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고려대의료원으로 산하에 있는 구로병원, 안산병원, 안암병원의 EMR 접속차단 해제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EMR 셧다운제 해제를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곳은 국립대병원. 기존에 EMR 접속차단 해제 상태였던 강원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을 제외하고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3월 1일 부)이 EMR 접속해제를 확정지은 상태다.
또한 경북대병원과 경상대병원이 EMR 접속해제 시기를 논의 중에 있으며 부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등도 검토 중에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서울성모병원이 전산이 해결되는 대로 EMR접속차단을 해제할 계획이고, 가톨릭여의도성모병원도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게 대전협의 설명.
과거 대전협 자체조사결과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34곳이 EMR 셧다운제를 실시하고 있던 상황과 비교하면 EMR 셧다운제 해제를 채택하고 있는 수련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 주80시간 초과근무 문제 근거 마련 기대감
한편, 대전협은 이러한 수련병원의 변화가 장기적 관점에서 주80시간 등 전공의법 준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협이 매년 실시하는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 평가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94개의 수련병원의 주 평균 근무시간은 73.6시간으로 나왔지만 개별적으로 살펴봤을 대 주 80시간을 넘기는 곳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설문조사에 기반을 둔 데이터이기 때문에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법 준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하고, 대전협은 수련병원의 EMR접속차단 해제가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기반으로 보고있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삼성서울병원)은 "EMR접속차단 해제로 전공의 본인이 제대로 된 자신의 근무시간을 측정하고 주 80시간 초과 시 추후 근무량을 조정할 수 있다"며 "그밖에도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나, 외래환자 수 조절, 입원환자 수 제한 등 의료 환경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근거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은 "전공의들이 EMR접속차단으로 더 일한만큼 추가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추가적 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아야하지만 현재로서는 EMR차단 후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에 최소한 제대로 진료를 하고 싶다는 것이 제1의 목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