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학술대회를 강행한 학회가 있다. 대한검진의학회가 그 주인공.
검진의학회는 16일 밀레니엄힐튼 서울호텔에서 제23차 학술대회 및 제18차 초음파 연수교육을 진행했다. 2월에 예정된 의료계 행사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검진의학회는 행사 진행을 강행해 눈길을 끌었다.
검진의학회는 행사를 진행하는 대신 학술대회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마스크를 지급하고, 행사장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강의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장내 안내방송도 수시로 하며 예방을 강조했다.
검진의학회에 따르면 참석 인원 숫자는 예년보다 약 20% 정도 줄어 400여명이 참여했다. 학회는 이 결과를 놓고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장동익 고문은 "평소보다 40~50%는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0% 줄어든 것이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검진의학회 김원중 회장은 새해 국가검진을 본격 시행하는 시점이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학술대회를 취소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가검진이 시작되는 연초에 학술대회를 진행해 검진기관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좋다고 판단했다"며 "더불어 감염 위기를 극복하는 계몽과 국민 설득 차원도 있다"라고 말했다.
검진의학회의 학술대회 강행은 금전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행사를 개최해 참석자가 줄었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행사를 취소했을 때 따르는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장 고문은 "병원이나 의대에서 개최하면 대관료가 수백만원 수준이지만 호텔 등에서 여는 학술대회는 대관료만도 수천만원"이라며 "행사를 취소하는 데 따른 위약금도 있는 만큼 취소 결정이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검진의학회는 의사들이 학술대회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의료기관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도 한 결정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장동익 고문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지 않고 있다. 직원 월급 지급 가능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경영에 위기가 왔다"라며 "의료기관은 경영 압박을 받으면서도 언제 코로나19 환자가 거쳐갈지도 모르는 최첨단에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의사들이 감염병 노출 위험이 큰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학술대회에 기꺼이 온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라며 "의료기관이 폐쇄될 수도 있는 걱정을 뚫고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