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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료학회 사회참여 선언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

원종혁
발행날짜: 2020-02-17 12:19:31

의약학술팀 원종혁 기자

대한민국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함께 만성질환 관리에 사회적 역량 투입이 어느 때보다 주요하게 평가되는 분위기다.

환자수 증가와 더불어 치료재료 사용 등 건강보험 재정 투입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질환 예방 사업 및 환자 합병증 관리전략에는 새로운 탈출구가 더없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인구 고령화와 직결되는 주요 만성질환들의 경우엔, 최근 간판 학회들의 역할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전 처럼 학회 내부 행사에 주력하기 보다는, 사회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입장정리가 되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씁쓸한 평가를 털어낼 채비를 하는 것이다.

일단 이들 학회가 내건 슬로건에 기대는 크다. 국제 학회들간 협업을 통해 '세계적인 학회로의 비상을 꿈꾸겠다'는 케케묵고,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더 그렇다.

대한당뇨병학회 11대 이사장에 취임한 윤건호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도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은 부분을 강조하면서 속내를 비췄다.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 사업에 성공여부는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만 가능해진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면서 학회의 역할 변화를 앞세운 것이다.

청사진에 주목해 볼 점 역시, 대중과 정부와의 소통에서 열린 학회의 역할이었다. 올해부터 향후 2년간 도시개선 운동과 사회공헌 활동이란 중점 키워드를 꺼내들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회의 자세 변화를 주목해달라는 당부였다.

실제 다양한 환자단체들과의 협업을 위한 창구로 '사회공헌위원회'라는 학회 공식 기구를 상설화하고, 글로벌 도시개선 프로젝트인 'Cities Changing Diabetes(CCD) 활동'도 병행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전 세계 26개국, 학회와 지자체,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도시지역 사회운동을 통해 올해부터는 서울시와 부산시를 시작으로 참여 도시의 수를 더욱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는 세부 계획에도 눈길이 갔다.

"인구의 도시화는 인구통계학적인 큰 변화 중 하나다. 학회는 각 도시가 가진 문제점들을 연구를 통해 파악하고 이를 시 당국에 전달하게 된다. 이와 연계해 시 당국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고, 자원 봉사자는 정보를 일반 시민에게 알리는 도시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 표명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느껴졌다.

이렇듯 국내에서 첫 발을 내딛는 의료 학회의 사회참여 활동들은, 이미 해외 지역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목되고 있다. 고칼로리 식습관 등을 이유로 벌써부터 비만인구가 넘쳐났던 서양의 경우 성인 당뇨병 등의 유병인구 급증세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었던 것.

여기서 글로벌 학회들은 단순히 질환의 예방과 치료라는 학술적인 키워드를 내세우기보다는, 지역사회와의 공조 등을 통해 프로젝트성 사회활동을 강행해온 것이다. 실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및 유럽 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 현장을 돌아본 기자의 눈에도 이러한 사회참여 운동의 성과는 낯설지가 않았다.

5일간 열리는 학회기간에 단순히 지역의 관광산업을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학회기간에는 당뇨인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 축제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들이 넘쳐났다. 단편적으로 학회와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제약사 및 의료기기 회사들, 지역 자치단체의 협업으로 '구간 경보 마라톤 대회'나 '토크 콘서트' 등을 열면서 사회 속으로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를 만들어 놓은 셈이었다. 보건 의료전문가나 의료진들의 학술교류 행사에 머물지 않고, 질환과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외에도 의학회의 역할에는 다양한 해결과제들이 나올 수 있다. 글로벌 임상연구에 한국 의료진들이 헤드쿼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임상을 넘어 젊은 임상 키닥터를 양성하는데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내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원천기술 확보 등 기초임상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신약 임상에 국내 의료진이 주요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고 해외 석학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다국적제약사에 국내 임상 유치를 강화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만의 리그라는 틀을 깨고 나와 사회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올해 주요 학회들의 입장 변화에는 걱정보다 기대가 큰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