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본과 2학년 이윤건| 한 달 전 2020년 1월 13일,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의 병원 내 위치를 공공연하게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4~5년 전의 녹취록을 지금 공개하는 것이 과연 병원과의 갈등 해소를 위한 옳은 방법이냐는 주장도 있고, 이유를 막론하고 한 병원의 의료원장이 센터장에게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래도 이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외상외과의 제도적 개선에 있어서도 '영웅'인 이국종 교수님이기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아주대병원에 대한 비난이 큰 편이다. 하지만 이 논란은 의료원장과 센터장의 갈등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옛말에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위 격언에 빗대 보면 '영웅'이라고 부를 만한 이국종 교수님의 존재는 지금이 '난세'라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영웅'의 존재보다는 '난세'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맞게 돌아가고 있는 사회였다면, 애초에 이국종 교수님과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국종 교수님은 외상외과의 제도 개선에 관한 이해 충돌에 엮이지 않고 수많은 외상환자를 살린 명의 정도로 세상에 소개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어야 정상적이고 올바른 사회이다. 때문에 지금은 ‘난세’ 라고 칭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난세’는 어떻게 하면 고쳐질 수 있을까. 필자는 여기서 전공 외의 트랙을 걷는, 딴 짓 하는 사람의 중요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어떠한 상황인지 직시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의료 행정 전문가가 의료 공급의 체계를 바꾸고, 국제보건, 공공보건 전문가가 의료 공급의 대상자를 넓히고, 의료 현장을 느껴본 작가와 기자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정말로 올바른 형태의 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영웅'이 필요 없는 사회라고 믿는다.
이것은 다른 직종에도 해당되지만 의료계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의사의 수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환자의 수와 비교했을 때 결국 의사는 소수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정책가가 많은 사람에게 환영 받기 위해서는 당장에 의사보다는 환자를 위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외상외과, 흉부외과 등의 기피과 처우 개선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부담이 계속 의사에게 지워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로 의료 현장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행정∙언론∙문화∙법률∙공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인의 관점에서만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주어 균형 잡힌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국종 교수님 같은 실력 있고 열정 있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