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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라자' 신속 출시로 주목..."신약 이정표 세울 것"

원종혁
발행날짜: 2020-02-21 05:45:02

다국제약사 CEO 대담 바이오젠코리아 황세은 대표
"희귀질환 시장 성과보다 환자 개인의 삶 변화에 초점"

"단기적 과제로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바이오젠 한국법인 황세은 대표가 밝힌 바이오벤처 기업의 미래 비전이다.

바이오젠코리아 황세은 대표.
황 대표는 "작년 4월 스핀라자가 출시됐지만 희귀질환이다 보니 아직 유병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의료진들에게도 스핀라자에 대해 보다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향후에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신약을 신속하게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추진하는 것"이라며 "한국 환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임상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임상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젠은 1978년 노벨 수상자인 Walter Gilbert와 Philip Sharp를 포함해 5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설립된 글로벌 생명공학 기업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신생 기업에 속하지만, 미국에서는 40년 이상의 역사가 오래된 회사로 신경과학 분야 전문기업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재 10명 가량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바이오젠코리아는, 작년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이하 SMA)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의 국내 도입과 보험급여 등재 작업을 진통 끝에 마무리지으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스핀라자는 2017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2회의 급여기준 소위원회를 거친 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도 두번 상정됐다. 이후 기나긴 마라톤 협상을 지나 2019년 4월 위험분담계약제(Risk Sharing Agreement, 이하 RSA) 환급형과 총액제한형을 융합한 형태에 사전승인제를 수용하며 급여 관문을 넘어설 수 있었다.

황 대표는 "무엇보다 스핀라자의 한국 공급을 최초의 목표로 설립됐기 때문에 현재는 다소 인력이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최적의 인재들이 여러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도입을 준비 중인 약물과 관련해서는 "바이오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의 임상을 1상부터 3상까지 진행 중에 있다"면서 "당장 단정할 순 없지만, 도입 가능한 신약이 나타난다면 국내 환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이오젠코리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황 대표와의 일문일답.

일반인들에게 바이오젠은 아직 낯선 회사다. 간략히 소개한다면?

-회사의 미션은 '신경과학분야의 선구자가 되는 것(At Biogen, our mission is clear, we are pioneers in neuroscience)'이다. 특히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분야, 여전히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한 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신경과학 분야에 해당하는 희귀질환 및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 파킨슨 등 폭넓은 신경과학분야의 치료제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설립된지 40년이면 짧은 역사는 아닌데, 아직까지 국내에 도입된 약제는 스핀라자 밖에 없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많은 인재(talent)들이 합류해서 함께 비즈니스 목표를 이루고 서로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 바이오젠 코리아는 그보다는 효율적인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허가된 약제가 스핀라자 한 품목으로, 직원 구성도 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향후 새로운 약제를 도입할 때마다 인적 규모는 물론 외연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스핀라자 등재와 론칭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소회가 있다면?

-보험 급여 적용이 되기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급여목록에 등재는 되었지만 끝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회라고 말하기엔 이른 것 같다.

다만, 처음 바이오젠 코리아에 합류하기로 결정하고 '스핀라자를 한국에 도입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에 비해, 신속하게 급여가 되고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다.

등재 절차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개인적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하나 하나 풀어가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스핀라자는 제가 바이오젠의 첫 직원으로 입사한 후 바로 급여 추진을 진행해야 했는데, 이전까지는 급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가장 어려웠다.

본사와 조율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역시 궁금하다.

-바이오젠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Commercial 업무를 주로 담당했고, Market Access 업무는 직접 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비교 대상이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나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해 봤을 때, 본사의 지원이 분명히 큰 힘이 됐다.

바이오젠은 높은 수준으로 국내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약가 협상은 정부와 회사 간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본사가 많은 부분을 지원해 줬고 이에 힘입어 급여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회사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본사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한독에서 '솔리리스' 마케팅 경험이 있고 바이오젠에 스핀라자를 담당하고 계시다. 특별히 희귀질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는지?

-제약업계에 종사한지 20년이 넘었지만, 한독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만성질환 분야가 주 전공이었다. 당시에도 내가 담당한 모든 약제에 대한 자부심이 컸고,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경쟁 제품 대비 훨씬 더 큰 유용성을 가졌다는 확신으로 업무에 임했었다.

이후 한독에 합류하면서 희귀질환 치료제를 처음으로 담당했는데, 만성질환 마켓에서는 시장 점유율로 성과를 판단하던 것과 달리 희귀질환 분야는 시장의 성과보다 환자 개인의 삶의 변화에 대해 보다 밀접하게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 CEO로서 구축해 나가고 싶은 기업 문화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은가?

-바이오젠은 기존 부서 체제를 유지하면서 특정 프로젝트 진행 시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서 '매트릭스 조직(Matrix Organization)'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법인 역시 수평적인 조직으로, 직원들은 각자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여러 절차를 거치는대신 본인의 라인 매니저에게 직접 보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각 직원들이 모두 자기분야의 전문가들인 셈이다. 지난 주 진행된 전직원 워크샵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하는 것(collabor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