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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강조되는 C형간염 선별검사...국내는 "근거없다" 외면

원종혁
발행날짜: 2020-03-04 05:45:55

미국CDC 이어 USPSTF 권고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간암 낮춰야
18세 이상 모든 성인 선별검사 추진 권고 "전체 실효성 크다 판단"

B형간염과 함께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C형간염 관리전략에 선별검사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 학회 및 보건기구가 C형간염의 조기 진단을 위한 모니터링 대상을 '18세 이상 모든 성인'으로 폭넓게 잡은 동시에, 감염 고위험군에는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진행해야만 한다는데 입장을 모아가는 것이다.

다만 유병률이 1%에 못미치는 국내의 경우, 지난 2015년 다나의원의 집단 C형간염 사태를 통해 사전 관리방안이 이슈가 된 바 있지만 여전히 국가검진사업 포함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들어 C형간염 선별검사 가이드라인의 대상 연령대가 대폭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어,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가 국제학술지인 JAMA 3월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최신 전문가 입장문(Recommendation Statement)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분명하게 드러났다(doi:10.1001/jama.2020.1123).

이에 따르면 선별검사 대상 인원의 연령을, 증상이 없는 성인 18세에서 79세까지로 확대한데 이어 간질환을 진단받지 않은 임신부의 경우도 스크리닝 대상에 집어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격적인 선별검사 전략이 비용효과 측면에서도 전반적인 혜택이 크다는 분석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권고수준은 가이드라인상 '근거등급 B'에 해당됐다는 대목. 주목할 점은, 미국지역의 경우 USPSTF의 지침을 토대로 보험지급 규정을 만드는 가운데, 근거등급A와 B의 경우 사보험이나 메디케이드(Medicaid) 보험체계를 통해 환자의 자기부담금 없이 보장을 지원해주게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USPSTF 업데이트는, 앞서 공개된 미국CDC의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과도 똑같았다는 점이다. CDC 개정안에서도 대상자를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서는 생애주기 최소 1회 이상의 HCV 선별검사를 추천'한 것이다.

특히 대상자 선정과 관련해 "HIV 감염 인원 및 수혈, 마약 주사제 사용, HCV 모체 감염 출산자 등에서도 선별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위험 노출이 지속될 시엔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현재 미국간학회(AASLD)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18세 이상 성인에 선별검사 전략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HIV 감염인과 그의 파트너들, 그리고 마약 주사제 사용 인원 등에서는 정기적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해야만 한다. 이렇게 걸러진 인원들은 치료기간이 짧고 높은 완치율을 보이는 최신 DAA 치료제들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신 치료제로 분류되는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제(direct-acting antiviral, DAA)'의 경우엔, 해당 18세~79세 연령대에서 실제 95% 육박하는 치료율을 보이고 있다. 완치 판정의 기준이 되는 '지속바이러스반응(sustained virologic response, SVR)'에 높은 치료 성적을 보이는 동시에, 기존 인터페론 기반 요법이 48주간에 걸쳐 치료가 진행됐던 것과 달리 새로운 DAA 기반 요법의 경우 8주~12주로 투약 기간이 짧아졌다는 점도 큰 변화로 평가된다.

2013년 지침 대폭 손질 "낮은 수진율 여전, 신속진단 도입 주목"

앞서 2013년에 공개된 가이드라인과는 선별검사 대상자 선정 범위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당시 지침에서는 "1945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성인의 경우 일회성 선별검사 대상이 되며, 지속적으로 위험에 노출된 인원들에는 정기적이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대상자의 폭을 적게 잡았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HCV 감염은 에이즈(HIV)를 포함한 60여 가지의 기타 다른 전염병보다 더 많은 사망자 수 보고와 관련이 있었다. 각종 조사들에 따르면, HCV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인 주사제의 사용이 늘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로 지난 10년간 환자 유병률이 약 3.8배 증가했으며, 여기엔 주사제의 사용이 늘고 진단 모니터링 기기의 발전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책임저자인 미국 스탠포드대학 더글라스 오웬(Douglas K. Owens) 박사는 논문을 통해 "마약 등 약물 사용이 많은 젊은 연령대에서 주사제 사용이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조사에서는 18세~30세 주사제 사용 환자들의 30% 수준이 HCV에 감염됐고, 그 이상의 고령에서는 70~90% 환자가 감염된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핵심은, 선별검사의 확대를 통해 HCV 감염 질환의 인식 확대와 치료의 필요성을 전파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선별검사는 환자 자발적인 동의를 통해 지원하돼, 해당 감염질환의 감염 경로와 진단시 양성과 음성 판결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또 치료를 받지 않을 시 어떠한 피해가 예상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USPSTF는 "현행 선별검사 수진율이 저조하게 나왔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지역 보건소 및 국가 보건조사 결과 국가 HCV 선별검사율은 각각 8.3%, 17.3%에 그쳤다"면서 "일차진료와 관련해 저소득층과 무보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조사에서도 기존 대상자인 1945년~1965년에 태어난 인원 가운데 0.8%만이 1년간 검사를 받았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감염 진단법의 발전도 이러한 선별검사 확대에 필수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일차 검진기관에서도 새로운 검사법으로 간단한 면봉 스왑(swab) 검사를 비롯한 1회용 핑거스틱(fingerstick) 테스트 등을 통해 신속히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속 진단법이 HCV 감염의 98%를 찾아내며, 거짓양성(false-positives)률이 매우 낮다는 점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간암등록사업을 세부 분석, 선별관리 당위성은 분명"

한편 국내에서는 C형감염 선별관리 대책을 두고 꾸준히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낮은 유병률로 인해 국가검진에 포함시킬 경우 비용효과성이 적다는 보건당국의 입장과, 궁극적인 간암 진단관리를 위해서라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C형감염 선별검사는 필수적이라는 학계 입장이 평행선상에 놓인 이유다.

올해 2월 간학계는 최신 조사 결과를 통해 이러한 부분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암학회(회장 정진욱)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무작위 간암등록사업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조기 진단과 질환 관리 방안의 문제점을 지목한 것이다.

여기서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C형 간염과 연계된 간암 만큼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간암의 경우 10년전에 비해 환자 5명 중 4명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치료나 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생존율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4기에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1%로 1기에 진단받은 환자(54.7%)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던 것이다. 2018년 한해 동안 C형 간염 진단을 받은 환자는 1만 811명으로 2017년 6월 전수 감시가 시작된 이후 매 분기별 환자수가 줄지 않고 있었다.

대한간암학회 관계자는 "임상 결과 경구용 약제만으로도 C형 간염 치료 성공률은 최대 99.5%에 달한다"며 "미리 검진을 통해 C형 간염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만으로 간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C형 간염 연관 간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5명 중 4명은 간암 진단 전에 C형 간염 치료나 진단을 받아본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어도 1942년 이전 출생한 사람이라면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