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집단감염과 지역사회 확산으로 경증, 중증으로 나눠 치료하는 의료체계 개편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의료체계 개편은 쉽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나라 병원의 병동 가동율(병실에 환자가 입원해 있는 비율)이 매우 높아서 환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까닭으로 이해된다.
즉 경증 치료 병원을 하려면 현재 입원 중인 일반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데, 타 병원들도 이미 병상이 대부분 차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의료체계 개편이 어려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자가 격리 중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했고, 결국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시설에 경증 환자들을 격리하고, 의료인들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갈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시설조차 불충분하다면 불가피하게 자가 격리하는 경증 환자들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의 경증/중증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고, 의료진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가 적을 때에는 각 환자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해 의료진이 평가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겠지만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태에서는 각각의 의료인에 따른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체온, 호흡수, 맥박수, 산소포화도 등 여러 지표를 가지고 진단적 알고리즘을 짜더라도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을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의료인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자가 격리 확진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상태가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기 쉽다. 즉, 경증/중증 기준은 의료인 뿐만 아니라 자가 격리 확진자들도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돼야 한다.
산소포화도는 이론적으로 폐 감염이 폐실질을 어느 정도 침범했는지, 유용한 심폐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서 폐 감염의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다. 동물시험에서 산소포화도는 인플루엔자 감염시 폐 병리의 중증도 및 생존을 예측하고, 숙주의 면역 또는 항바이러스제에 의해 바이러스의 감소를 예측하는 지표였다.
또한 약 3000명의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산소 포화도는 외래에서 환자를 치료할지, 입원해서 치료할지를 결정할 때 유용하다는 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산소포화도는 비침습적으로 환자가 자가 격리시에도 집에도 쉽게 측정할 수 있고 자가 모니터링 소형 기구도 정밀도가 비교적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는 경증/중증 기준을 산소포화도로 단순화하는 것이 일선에서 진료하는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과 자가 격리 중인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확진시 산소포화도에 기초해서 경증/중증을 나누고, 자가격리 중인 경증의 확진자도 자신의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해 산소포화도가 감소하면, 이를 알려서 병원에 입원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경증 확진자의 자가 모니터링을 위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정부에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