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8100명을 넘겼다. 또 전 세계적으로는, 138개국에 걸쳐 14만4200여명의 확진환자에 누적 사망자수 5665명으로 집계되면서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상황임을 곱씹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면서 주요 포털 싸이트에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감염병 소재의 영화 한 편이 큰 이슈가 됐다.
대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의 감염병 차단 방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9년전에 개봉한 해당 영화에서는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그 누구도 만나지 마라"며 엄격한 거리두기를 핵김 키워드로 올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연의 일치겠지만 현 코로나19 감염의 최초 발병경로로 짐작되는 중국 말굽박쥐를, 영화 속에서도 동일한 인수공통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어 놀라움을 샀다.
이러한 관심은, 2011년 개봉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을 두고서 나왔다. 이 영화를 최근에 접한 사람들은 "우한사태를 정확히 예측했다"면서 결론적으로 정보와 인맥이 넘치는 최첨단 문명사회가 바이러스 대유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한 여성이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남편 앞에서 사망한다. 폐쇄된 공간에 함께 있었던 그의 아들도 며칠 안가서 기침과 호흡부전 등의 증세를 보이다 죽음을 당한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세계 각지에서 같은 증상으로 사망하는 인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게 된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대유행 상황임을 선언한다.
주목해볼 점은 지난 사스(SARS)나 신종플루, 메르스(MERS) 사태에서와 같이 역학적 조사나 발병경로를 찾아가는 내용만이 아닌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프리랜서 기자의 행적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 가짜뉴스와 공포심 관리방안에 중요한 시사점을 넌지시 짚어주는 대목이었다.
프리랜서 기자는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출처분명의 많은 소문과 가짜 뉴스들을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뜨린다. 여기서 문제는, 여론의 공포심을 이용해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되면 효과적인 감염병 차단책의 운용도 실상 어려워진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프리랜서 기자는 여론에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자, 개나리기름을 신종 감염병에 특효약이라는 가짜 소문을 만들어 흘리면서 거금까지 손에 쥐게 됐다. 거짓 정보에 개나리기름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의 가치는 주식시장에서 출렁거렸고, 정작 아무 임상적 효과도 밝혀지지 않은 개나리기름을 구매하기 위한 사재기 대란은 민중에 또 다른 감염병처럼 번져나갔다.
그렇다면 2020년 국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현상황은 어떨까.
딱히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의 특성상 현재 치료는 증세의 완화에 초점을 맞춘 대증요법에 기대는 실정이다. 특별한 치료제 없이도 경증 환자의 80% 수준에서는 완치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중증 환자들은, 노인 감염군에서 사망이 집중된다는 점과 심혈관질환자와 당뇨병, 면역질환 등 이미 기저질환자를 가진 인원에서 치사율이 높게 나온다는 대목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사망을 놓고는 의학자들도 아직까지는 명확한 기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정상적인 면역기능이 무너지면서, 해당 기저질환을 가진 인원에서는 급성호흡증후군이나 폐혈성쇼크 증상 등 이차감염 악화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 거론되는 다양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들의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성을 놓고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에이즈약 등 일부 치료제를 사용해 완치를 보고한 인원에서도 실제 바이러스 증식 억제작용으로 효과를 낸 것인지, 대다수의 경증 완치 사례처럼 자가 치유된 것인지는 명확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치료제 사용의 문제는 지병을 가지고 있는 중증 환자가 확진자가 되거나, 확진자에게 폐렴 합병이 발생할 경우"라면서 "이들이 위중한 상태에 빠지지 않게, 또는 폐렴이 생겼을 때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할 것인지가 이번 감염병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란 평가를 내놓는 이유다.
이번 신종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보여지듯,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시 생겨날 수 있는 참상은 다양하고 심각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하고,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한 또 다른 이차피해가 불거지기도 하는 탓이다.
이는 공중보건 문제나 경제적인 여파에서도 다르지 않다. 올바른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만 하는 언론의 역할과, 잘못된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눈과 귀를 키우는 능력도 되짚어봐야만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