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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가스 살포에 뿔난 공보의들 "인권 좀 챙겨달라"

황병우
발행날짜: 2020-03-16 11:51:11

대구파견 공보의 관사 일방적 방역 두고 인권침해 논란
대공협 "섬 근무 공보의 근무지 변경 등 대책 논의 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전남의 한 섬에서 발생한 공보의 방역가스 살포 사건을 두고 공보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12일 전남의 한 섬에서는 대구에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거주하는 관사의 방에 방역가스를 살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공보의가 머무는 관사에 방역가스를 살포한 모습(좌)과 이후 내부 모습(우)

일반적으로 2주간의 파견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대구‧경북 파견은 직접 확진환자 혹은 가능성 높은 의심환자를 보는 임무를 부여받기 때문에 파견이 끝난 후 최대 2주간의 자가 모니터링 및 격리를 부여받게 된다.

다만, 파견 공보의들은 원래 소속기관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해당 지역에서 의료공백 및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선별진료 업무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19 증상발현 평균기에 해당하는 4~7일 정도를 지켜본 후 부족한 일손을 돕기 위해 본인의 의사로 조기에 진료업무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대공협에 따르면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섬에서 근무하는 A공보의 또한 응급대기가 존재하는 섬의 사정을 고려해 미리 진료를 개시하며 발생했다.

A공보의는 현행 의료체계 상 전화처방 등의 방법이 일시적으로 허용돼 있어 일상적인 환자는 이를 통해 진료하고 응급상황에서는 철저한 감염관리 수칙 아래에 조금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응급환자를 보기 위해 섬에 복귀한 것이다.

대공협은 A공보의가 대구에서 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것을 우연히 알게 된 일부 섬의 주민들이 "대구 의사가 왜 여기에 왔느냐", "섬사람 다 죽일 일이 있느냐"라고 보건지소 내에서 민원을 넣겠다고 흥분하며 항의하던 중, 해당 일이 마을에 방역을 진행하는 날이었기에 "관사를 방역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방역과정 중 2층에 있는 관사로 이동한 후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있는 방의 문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열어달라고 세차게 두들긴 후, 문을 열자마자 의사가 피할 새도 없이 방 안으로 방역가스를 바로 살포한 것.

특히, 이는 예년에 있었던 통상적인 방역 과정과 분명히 달랐으며 타과 공중보건의사가 있던 방안에는 방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대공협의 입장이다.
대공협에 따르면 방역가스 살포 사건 이후에도 A공보의는 지난 14일 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를 육지로 이송하는 책무를 다했다.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위험지역에서 직접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감염관리 수칙을 지키면 큰 위험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아주 불안할 수 있는 것은 깊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번 일은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통의 부족이 있어 보인다"며 "또 의과 공중보건의사 배치‧파견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현재 A공보의의 방역가스 살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공협은 물론 전라남도의사회 등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으로 추후 A공보의의 안전 보장과 적절한 근무니 이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 회장은 "사실 섬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며 "섬에서 근무하는 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인권침해 사안의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심과 소통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