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성모병원, 복지부 장애정도 판정기준 준용해 기준 마련 ’거동이 현저히 곤란한 환자’ 정의 제시...개인사정 원칙적 불가
지난달 28일부터 본격 시행된 대리처방 금지법.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시적으로 대리처방이 허용된 상황이지만 대리처방 가능 대상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개념이 모호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범위를 설정해 공개한 병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도 부천성모병원은 자체적으로 '거동이 현저히 곤란한 환자'의 기준을 만들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적용된 의료법 및 의료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환자 의식이 없거나 환자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같은 상병에 대해 장기간 같은 처방이 이뤄질 때 대리처방이 가능하다.
여기서 '환자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아 일선에서는 환자 민원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부천성모병원 관계자는 "환자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다는 것의 기준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묻는데 마땅한 답변이 없어 곤혹스러웠다"라며 "보건복지부 고시 장애정도 판정기준의 보상행 장애 표준 기준표를 기초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천성모병원이 만든 기준을 보면 거동이 현저히 곤란한 장애를 크게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나눴다. 신체적 장애 중 하지 절단, 하지 관절 심한 장애, 하지 기능 지체 장애, 심한 척추 장애, 심한 뇌 병변 장애 및 시각 장애, 평형 청각 장애, 심한 신장 장애 환자는 현저히 거동이 곤란한 경우에 속한다. 이 외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개입된다.
내부적으로 마련한 지침은 그 기준이 더 구체적이다. 예를 들어 현저히 거동이 곤란한 경우에 속하는 하지절단 장애는 ▲두 다리를 무릎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 ▲발목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 ▲가로발목뼈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 ▲한 다리를 무릎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으로 세분화했다.
또 신체적 거동은 가능하지만 의료기관 방문이 사실상 곤란한 상태에 있는 경우도 ▲교정 시설(구치소, 교도소) 수용자 ▲국방의무를 수행 중인 병사 ▲의사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파킨슨 포함) ▲장애인 또는 정신질환 등의 사유로 의료기관 방문을 거부하는 경우 ▲성년후견인 등 5가지로 제한했다.
등교, 등원, 출근, 해외여행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료기관 방문이 곤란한 경우에는 대리처방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리처방 기준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만큼 부천성모병원도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만성질환, 자가격리자, 노약자, 고위험군 환자에게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데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관련'이라는 내용을 기록해놔야 한다.
부천성모병원은 이와 함께 대리처방이라는 용어보다는 '처방전 대리(대신) 수령'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부천성모병원 관계자는 "대리처방 용어는 복지부 홍보물 등에서 접할 수 있지만 자격 없는 사람이 의사 이름으로 수술을 하는 대리수술 처럼 부정적 어감을 내포하고 있다"라며 "처방전 대리 수령이나 대신 수령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또 "대리처방을 한 후 진료기록부에는 처방전 대리 수령한 요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처방전 대리 수령자의 이름, 관계를 기재해 놓는 게 좋다"라며 "대리처방 요건에 합당하지 않으면 해당 사유를 기재해 두면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