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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매 먼저 맞은 한국…메르스·미세먼지 새옹지마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20-03-23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코로나19 감염병이 판데믹으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와중에 방역의 모범사례로 해외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잘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저래서 되겠나'라는 염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필자는 메르스와 미세먼지에 일부 공을 돌리고 싶다, 한 20% 정도. 80%는 여전히 정부의 임기응변식 쪽대본에도 불구하고 헌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들과 자발적으로 셀프 방역과 나눔과 봉사를 하는 국민들에게 돌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첫번째 메르스. 2015년 메르스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방역 실패의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초기 경각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기 방역에 완전히 실패하게 됐다. 결국 세계 2위의 감염자수를 낳았고, WHO의 감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메르스 백서가 발간됐고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 역학조사관 확충 등 마땅히 바뀌어야 할 부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스 후 변한 곳이 한 곳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이다. 이는 참 놀라운 일이다! 필자는 식약처에서 2년여 일하면서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위기를 겪고도 전혀 바뀌지 않는 식약처라는 조직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며 국정감사에서도 변명만 늘어놓을 뿐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는 달랐다. 메르스를 몸소 겪었던 수장은 '이 또한 반드시 다시 오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미국이나 유럽의 조치가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식약처와 달리 질병관리본부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어떤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비교적 체계적인 지침들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고, 이 준전시 상황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메르스는 그들에게 치욕이고 상처였지만, 그들은 이를 발판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 판데믹에서 우리나라가 칭찬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메르스에 조금은 감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는 미세먼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은 무증상 감염이 10% 이상이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퍼진 상황에서는 누가 감염원인지 알 수 없으므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한 방역의 수단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마스크와 손씻기 표준지침의 힘을 강조했는데, 이 노력이 우리나라의 확진자수 그래프를 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마스크는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방역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대처하는데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인 대만은 마스크의 중요성을 초기부터 알고 국가가 마스크 생산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대만의 매우 안정적인 방역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아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공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급할 수도 없는 것을 착용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스크가 그들 나라에 없는 이유는 그 국가들은 미세먼지가 적기 때문인 듯하다. 그 국가들에서 마스크는 의료인 등이 사용하는 특별한 것이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마스크가 아주 친숙하다. 예전에는 황사철에나 마스크를 구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도 때도 없는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마스크와 매우 친숙하다. 다만 우리나라 정부는 초기에 마스크 공급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초기에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 쳤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마스크가 다른 나라로 이미 다 빠져나가고 국내에는 부족한게 아닌가! 또 식약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전혀 일관성 없는 언행으로 국민들을 혼란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록 구입에 실패할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필자는 지난 3주간 2번은 실패했고 1번 성공했다) 일주일에 2개씩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됐다. 그나마 마스크 공급이 이렇게라도 가능한 것은 그 누구의 공로도 아니고, 미세먼지 탓에 우리나라에 마스크 인프라가 있었던 까닭이니, 조금은 미세먼지에 감사를 해야 되나 싶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는데, 국가상황도 새옹지마이다. 메르스와 미세먼지가 코로나 판데믹을 대처하는데 큰 도움을 줄지 누가 알았으랴. 그러나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쪽대본으로만 움직이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조금이라도 확진자 수가 누그러들었을 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가을, 겨울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다음 칼럼에는 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