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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칼럼]실손보험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의 분쟁에 대하여

오승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0-04-06 05:45:50 업데이트: 2022-01-21 09:53:19

오승준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오승준 변호사

국민건강보험법은 전 국민을 의료보험 또는 의료보호 대상자로, 모든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당연 지정하여 사실상 전 국민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건강보험 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각에서는 병·의원들의 수가를 통제함으로써 의료인들의 희생 하에 의료보험제도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편, 위 건강보험제도에서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 ‘비급여진료’ 는 의료기관이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고액의 비급여진료비는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 암보험 등이 부담한다.

이런 비급여진료비용이 환자나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고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제받지 않는 비급여진료비의 적정성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일부 보험사에서 비급여진료비에 관하여(예를 들어 도수치료, 맘모톰, 정맥주사 등과 관련하여)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 청구를 하는 사례들이 있어 실무에서 다소 문제가 되고 있다.

보험사의 주장은 이렇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는 의사의 진료 하에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1회씩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실손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면 10회 분의 시술료를 한 번에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고액의 시술료를 책정하여 병원이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도수치료 비용이 의료기관별로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부담금만 내면 고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실제 받아야 할 진료비용보다 비싼 가격에 도수치료 금액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게 페이백을 해주면서까지 과잉진료를 부추긴다는 의혹이 있다. 보험사들은, 이로 인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 하에, 보험사에서는 일부 비급여진료에 관하여 몇 차례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로는 더 이상 지급하지 않겠다고 환자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하거나, 아니면 환자에게 확인서를 강요하며 “더 이상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경우가 있다.

심각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환자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면서, 과다하게 받아간 진료비를 반환하라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공문을 병원에 보내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치료재료 원가 관련 자료를 받아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병원에 과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기도 한다. 백내장 시술 같은 경우에는 이미 여러 차례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기억해야 할 사실은 “비급여진료비용을 책정하는 것은 각 의료기관의 자유이고”, “실손보험 청구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환자는 각 의료기관의 실력, 시설, 위치, 가격 등을 고려하여 본인이 진료 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병원이 정한 비급여진료비용을 납부한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받는 의료기관은 환자가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비급여진료비용 중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이 있다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은, 실손보험 적용 가능성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요청에 따른 소견서, 진단서를 발급하는 정도이다.

즉, 의료기관은 환자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업무에는 관여할 필요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환자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보험사의 협조 요청, 자료 공개 요청 등에 의료기관이 응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고, 이 점을 첫 번째 원칙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환자가 받았다는 공문,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보낸 협조문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특화된 진료의 경우, 환자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에 병원 매출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기에,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나의 진단과 처방을 한 번 돌아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질병 진단의 결과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되는 이상 그 요법으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가는 의사 스스로 환자의 상황 기타 이에 터잡은 자기의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조치가 의사로서 취할 조치로서 합리적인 것인 한 그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당해 의사의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고 반드시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모두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라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면, 의사가 선택한 치료방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재 통용되는 의학 상식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적어도 나 이외의 다른 의사들이 동일한 증상에 대해 동일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있어야 그 처방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진료 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비급여진료비용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다지만, 다른 병원에 비해 몇 배나 비싸게 검사비, 시술비, 치료재료대 등이 책정되어 있다면 이는 누가 봐도 이상하다. 같은 컨셉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 주변 병·의원들의 책정 가격을 참고하여 혼자만 너무 비싼 가격으로 보이지 않게 주의하도록 하자.

여기까지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구체적인 분쟁 양상에 따른 대응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어 환자의 도움을 요청 받은 상황이라면, 환자의 증상과 필요한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한 소견서를 작성하여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반면에 보험사로부터 병원에 직접 소명 요청이 온 경우에는 소명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패키지 상품, 가격 구성 등에서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변경하여 분쟁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물론, 문서를 작성하거나 기타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문제가 커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차트를 조작하거나 환자와 거짓말로 입을 맞추는 행위 등이다. 이런 행동은 당장 문제를 비껴갈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주변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고, 과거 해결 사례들을 참고하여 자신의 병원의 케이스에 맞게 신중하게 대응한다면, 현재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