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산하 중소병원살리기 TFT 경영정상화 지원 호소 국세 및 지방세 감면 및 유예, 초저금리 자금 지원 등 제안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이 넘어가면서 의료용품 결제도 미뤄지기 시작했다. 5월에는 세금을 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TFT 김종민 위원이 7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소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도산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날 김 위원은 어려움의 근거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와 함께 진행한 중소병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16~23일 실시된 온라인(이메일) 설문조사에는 총 62개 중소병원이 응답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3곳이 100병상 미만 병원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시작한 2월부터 외래 및 입원 환자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2월 외래환자수는 평균 16%, 3월은 34% 줄었다. 입원환자 감소 폭은 더 컸다. 2월에는 8%, 3월에는 25% 감소했다.
3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역시 33% 줄었고, 100병상 미만 병원은 평균 40%까지 감소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견디기 위한 비용 부담은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구매, 대진의사 및 간호사 고용비용, 선별진료소 설치 또는 지원비용 등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2202만원이 들어갔다.
김 위원은 "중소병원을 제도권에서 보호하는 정책은 없다"라며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 활용을 이야기하는데 근무시간을 20% 이상 줄이는 게 조건이다. 병동과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의사나 간호인력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다른 부서 근무시간을 줄여도 9~10%에 머물고 있어 지원금을 받을 수도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매출이 30% 줄면 직원 월급을 줄 수 없고, 이 상태로 한 달이 지나면 병동을 줄여야 하고 이에 따라 근무인력도 줄여야 한다"라며 "병동이 세개층인데 두 개층을 줄였다. 수술 기반 병원은 병동을 줄이지 않은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3개월 넘어가면 경영난 본격 체감"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에 타격을 받은 중소병원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의장은 "병원 특성상 최소 3개월은 지나야 경영위기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2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달에는 경영난을 확실히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도산에까지 이르려면 병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에 피부로 경영난 체감 후 3개월은 더 지나야 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의료기관은 서서히 침몰하는 배처럼 무너지기 때문에 현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라고 호소했다.
경영 타격을 막기 위해 중소병원살리기TF는 5가지 제안을 했다. ▲100조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 대상에서 중소병원이 중소기업과 같은 지원 ▲중소병원에 대한 국세 및 지방세 감면과 6개월 이상 유예 ▲초저금리 장기 운영자금 지원 ▲고용유지 지원금에 대한 특별지원 ▲요양급여 청구금의 조건없는 선지급 및 장기 입원에 따른 입원료 체감제 미적용 등이 그것이다.
이필수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의료기관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라며 "의원과 중소병원 몰락이 가시화되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져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제안한 다섯 가지 요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리나라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