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오피니언
  • 젊은의사칼럼

COVID-19 속 의학 교육,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

모채영
발행날짜: 2020-04-13 05:45:50

모채영 가천의대 학생(2학년)



|가천의대 의학과 2학년 모채영| 2020년 4월 현재, 국적과 성별, 연령을 막론하고 모두의 관심은 COVID-19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까지 여러 유행병을 경험해보았지만, 21세기 들어 COVID-19만큼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범세계적 유행병은 없었기 때문이다.

종교 집회는 중단되었고, 봄마다 벚꽃놀이 인파로 붐비던 공원들은 폐쇄되었으며, 개학이 4월로 미루어 지는 사상 초유의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의과대학의 교육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전국 거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오프라인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임상 실습도 평상시보다 훨씬 연기되어 시작되었다.

가천대학교의 교육 일정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현재 의학과 1학년은 오프라인 해부 실습이 중단된 상태이며 임상실습을 시작한 의학과 3학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년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열람실을 비롯한 의과대학의 모든 시설은 폐쇄 조치가 내려졌으며,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한 행사들은 모두 취소되었다.

의학 교육의 특성상 임상 실습이나 조직학, 해부학과 같이 오프라인 실습이 필수적인 과목이 존재하며, 학사 일정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고 여러 과목의 일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한 과목의 일정이 조정되면 다른 과목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많은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블록 제도는 몇 주의 기간 동안 한 과목을 배우고 그 기간이 끝나면 해당 과목의 성적이 산출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한 블록의 일정이 조정되면 도미노처럼 다른 블록의 일정들도 밀리게 된다. 중간기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학교들도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배우므로 시간표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시간표 조정이 여의치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그에 더해 유급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과목마다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매 학기마다 배우는 과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의학 교육 학사 일정의 융통성을 매우 떨어뜨린다.

2003년 SARS, 2009년 인플루엔자 범유행, 2015년 MERS 그리고 2020년 COVID-19.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 범세계적 유행병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변화로 인해 이러한 전염병의 유행이 4~5년 주기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COVID-19와 같이 파급력이 강한 전염병이 2025년, 2024년, 혹은 그보다 더 일찍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COVID-19와 같은 전염병, 또는 그에 준하는 자연재해에 대비하여 비상시 의학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졸업에 일정 시간 이상의 임상 실습이 필수적인 의과대학 특성상, 졸업 요건이나 국시 응시 자격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임상 실습의 전염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의과대학 실습생 생존권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하였고,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한희철 이사장도 임상 실습의 감염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관한 안전장치의 마련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오프라인 실습이 필수적인 과목들의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권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 교육은 비단 미래의 의학자를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이 위협당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선봉에 나설 사람들의 기반을 닦는다는 데에 있어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상시 의학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